[국제경제]대기업 M&A붐에 '역풍'

  • 입력 2000년 2월 27일 20시 38분


전세계적으로 대기업간 인수합병(M&A)이 계속되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경쟁 업체간 통합으로 독점기업화하는 등 무분별한 M&A를 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올해 미국에서 최고 2조달러(약22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간 M&A에 대해 승인 요건을 더욱 엄격히 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로버트 피토스스키 FTC 위원장은 “기업간 M&A가 경영 효율을 높이고 소비자에게도 유익한 측면이 많다는 것은 알지만 상당수 M&A는 경쟁업체간에 합치는 것이어서 독과점을 낳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FTC는 이같은 취지에서 정유업체인 BP 아모코사가 낸 애틀랜틱 리치필드사에 대한 300억달러 규모의 합병 승인요청을 거부했다.

미 뉴욕타임스는 최근 “FTC가 M&A 승인요건을 엄격히 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은 1990년대에 승인된 대규모 합병 가운데 4분의 1 가량은 합병 후 경쟁력에 별 차이가 없다는 조사결과도 한몫 했다”고 전했다.

미 조지워싱턴대 윌리엄 코바지치 교수(반독점법)는 “FTC는 최근들어 초대규모 M&A가 폭증하자 과거의 느슨했던 심사 관행에서 벗어나기 위해 승인심사기준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승인심사가 까다로와지더라도 경제활력을 떨어뜨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FTC의 방침에 대해 미 공화당은 반발하고 있다. 테드 스티븐스 상원 세출위원장(공화·알래스카)은 “엑슨과 모빌사간에 800억달러짜리 합병은 들어주면서 아모코사와 리치필드사간 합병은 못하게 하는 것은 반독점 관련 규정을 멋대로 적용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EU 집행위원회도 최근 미국 통신업체인 MCI 월드컴과 스프린트사간의 통신업계 최대의 합병계획(약 1300억달러짜리)에 대해 독점 규제 위반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EU는 “두 회사의 합병이 유럽 내 통신시장에서 독점의 폐해를 가져올 수 있다”며 “앞으로 4개월간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유럽 통신시장에서 MCI 월드컴은 30∼40%, 스프린트는 10%를 각각 점유하고 있다.

특히 두 회사 모두 미국 회사지만 EU는 회원국 내 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경우 합병 건을 조사할 수 있으며 EU의 공정거래 규정에 어긋나면 합병반대 판정을 내리거나 변경을 요구할 수도 있다.

EU는 특히 이들 회사가 합병하면 미국-유럽간 국제 전화시장에서 미국 최대 통신회사인 AT&T와 과점을 형성해 가격을 통제할 가능성도 있어 미 연방통신위원회, 법무부 등과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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