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후순위債에 뭉칫돈 몰린다…종합과세 대상서 제외

  • 입력 2000년 2월 28일 20시 10분


은행들이 자본금을 늘리기 위해 발행하는 후순위채권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만기 5년 이상의 장기채권임에도 불구하고 연 10%대의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데다 내년부터 재시행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이점 때문에 고액자산가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

▽은행권 원화 후순위채 발행 봇물〓하나은행이 이달 초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한 1000억원어치의 5년 만기 후순위채는 5시간 만에 동이 나 당초 판매기간을 1개월 정도로 잡았던 은행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21일 외환은행이 판매에 나선 연 10.5%짜리 5년 만기 후순위채도 1000억원어치가 5시간만에 매진돼 500억원어치를 증액했으나 역시 다음날 모두 팔렸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1000억원어치가 마감된 직후 서울 압구정동 지점에 한 50대 주부가 찾아와 3억원어치만 팔라고 조르다 돌아갔다”며 “이 주부는 직원이 500억원 추가 설정 사실을 연락하자 2억원을 더 얹어 5억원어치를 구입했다”고 후순위채의 인기를 전했다.

신한은행이 만기를 6년으로 늘리고 금리도 연 10%로 낮춰 발행한 후순위채 1500억원어치도 8일 만에 매진됐다.

이처럼 후순위채권이 선풍적 인기를 끌자 각 은행은 앞다투어 후순위채 판매를 계획하고 있다.

한미은행은 다음달 2일부터 연 10.5%로 1000억원어치의 후순위채를 판매하며 국민은행은 7일부터 1000억원어치의 후순위채를 연 9.65%로 시판할 예정.

한빛은행도 다음주 금리 10∼10.5% 수준으로 1000억원어치 정도의 후순위채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주요 고객은 고액자산가〓외환은행이 후순위채 판매 결과를 분석한 결과 1500억원중 1176억원(78.4%)이 개인 고객에게 판매됐으며 1인당 평균 매입금액은 1억3500만원이었다.

하나은행의 후순위채를 구입한 개인고객들은 평균 2억원 정도씩 투자했다. 은행 관계자들은 1000만∼2000만원 정도를 투자하려는 고객보다 1억∼10억원어치를 사겠다는 고액자산가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후순위채는 5년 이상 장기이며 중도해지가 불가능해 필요할 때 곧바로 돈으로 바꿀 수 있는 환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오랫동안 묻어둘 수 있는 여유자금으로 투자해야 한다.

이 같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개인투자자들의 큰 호응을 불러일으킨 것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라는 게 금융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내년 1월1일부터 부활되는 금융소득종합과세는 이자 배당 등 부부의 금융소득을 합쳐 4000만원을 넘으면 사업소득 근로소득 등 종합소득과 합산해 누진세율을 적용한 세금을 물리게 돼 있다. 하지만 후순위채 등 5년 이상 장기채권에 투자해 얻은 금융소득 등은 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액자산가들은 일반적으로 세금 액수보다는 종합과세 대상이 돼 세무당국의 감시대상이 되는 점을 더욱 꺼린다”고 설명했다.

:후순위채권이란: 채권 발행기관이 파산할 경우 사채의 변제순위에서 일반 채권보다는 뒤지지만 우선주 보통주 등의 주식보다는 앞서는 채권. 국내 은행들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자본금 확충 목적으로 작년부터 국내 발행을 늘리는 추세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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