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국회가 또 다른 독소조항을 슬며시 집어넣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선거기사심의위가 명령한 사과문 또는 정정보도문을 싣지 않을 경우 해당 신문사 발행인을 2년 이하의 징역이나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형사처벌 조항이 그것이다. 모든 선거관련 보도의 공정성 여부를 외부기구가 심의한다는 것 자체가 언론자유의 이념에 비추어 위헌의 소지가 높다는 게 우리의 변함없는 입장이다. 한술 더 떠 심의위 결정에 불복하는 발행인을 형사처벌하겠다는 발상이 어떻게 나올 수 있는지, 그것은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사법적 판단 영역에 속하는 문제다.
선거기사심의위는 언론사에 사과문 게재를 명하는 것은 91년에 위헌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 판례에 위반된다고 보고 관련조항을 융통성 있게 적용키로 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헌재의 판례는 마음에도 없는 ‘사과’를 강요하는 것은 헌법상 양심의 자유에 어긋난다는 취지다.
우리가 무엇보다 주목하는 것은 도대체 누가, 어떤 의도로 ‘발행인 형사처벌’이라는 독소조항을 끼어넣도록 했느냐다. 언론사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법을 만들면서 국회가 아무런 설명이나 발표가 없었다는 것은 정치권의 어떤 ‘음모’가 개입된 게 아니냐는 추측까지 낳는다. 물론 법 통과 당시 그런 사실을 모르고 지나친 언론인들도 파수견(Watch Dog) 역할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
국회에 넘겨진 모든 법안은 본회의에서 처리되기 전 거의 율사(律士)의원들로 구성된 법제사법위원회 심의를 거치게 돼있다. 또한 국회에는 의원들의 입법활동을 뒷받침하는 전문위원과 입법심의관 입법조사관들이 있다. 그런데도 91년의 헌재 판례조차 몰랐다니 국회의 입법절차와 지원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제 4·13총선을 불과 한달여 앞두고 있다. 심의위가 위헌적인 독소조항은 적용하지 않는 등 신중한 법운영에 힘쓰는 것과는 별도로 어떤 형식으로든 헌재에 헌법소원을 내 문제조항의 위헌여부를 묻는 절차가 시급해졌다. 그리고 새 국회에서 선거법이 근본적으로 손질돼야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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