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규학/3·1정신 큰뜻 이어받자

  • 입력 2000년 2월 29일 19시 10분


81년 전 오늘 우리 민족은 조국의 부름 앞에 모두가 하나되는 벅찬 감격을 체험했다. 이 날의 ‘대한독립만세’ 함성은 일제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으며 한민족이 자주민임을 세계만방에 널리 알렸다. 3·1 독립운동으로 표출된 민족의 자긍심은 대한민국임시정부 태동으로 이어지고 마침내 우리 민족은 조국광복을 맞이했다.

3·1운동은 우리 민족의 독립선언에만 그치지 않는다. 3·1독립선언은 민족자결의 정신을 바탕으로 일제에 대한 항거를 뛰어넘어 세계 평화와 인류공영의 큰 사상을 담고 있다. 참으로 3·1운동은 민족의 이익을 초월한 만민평등의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자유평화애호의 민족성을 유감 없이 보여준 역사적 쾌거라 할 것이다.

새 천년을 맞은 지금 우리는 냉혹한 국제환경을 딛고 민족의 운명을 개척해야 할 상황을 맞고 있다. 지난 세기에 풀지 못한 남북한 평화통일을 이룩하고 치열한 국가간 무한경쟁을 이겨내야 하며 국제 사회의 보편적 규범을 존중하는 가운데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열린 민족주의를 꽃피워야 한다.

오늘의 역사적 좌표를 점검하고 우리가 나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야 하는 이 때 3·1 정신에 담긴 민족자존과 인류 공영사상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참된 국민정신의 요체이다.

3·1운동은 작은 물줄기가 모여 대하를 이루듯 국내외 모든 겨레가 신분 지역 종교를 초월해 뭉친 거족적 민족운동이었다. 제각기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지금 세태에 비추어 볼 때 3·1운동에서 보여준 민족대동단결의 정신은 오늘날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

역사를 망각하는 민족에게는 내일이 없는 법이다. 우리 국민이 역사를 바로 알고 이를 교훈으로 삼아 국가발전의 에너지로 승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일찍부터 3·1운동에 담긴 시대정신을 계승하고자 많은 노력을 펼쳤다. 그러나 민족정기를 선양하는 것은 그 성격상 정부와 몇몇 사람들만의 일이 아니라 전체 국민의 의식과 생활 속에서 구현돼야 할 실천의 문제이다. 따라서 정부는 앞으로 관련부처와 민간단체들이 함께 참여해 선열들의 얼과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종합적인 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전국의 현충시설물을 국민정신을 고양하는 도장으로 종합관리해 나가고 개발 물결에 밀려 훼손될 우려가 있는 중국 등지의 해외 현충시설물 관리에도 노력을 더욱 경주해 나갈 것이다. 아울러 잊혀진 사료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숨은 독립운동가들을 포상하고 교사와 학생들에게 민족정기 선양교육을 확대할 계획이다.하는 등 선열들의 얼과 위훈을 계승하는 방안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도 진행중이다.

선열들이 기꺼이 목숨을 버리며 되찾고자 한 조국의 참 모습은 무엇일까. 자기보다는 내 이웃, 내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건강한 사회, 선진국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일류국가라고 생각한다. 선열들이 목숨을 걸고 조국을 지켜냈듯이 우리는 3·1정신을 세계화의 거센 파고를 넘는 원동력으로 삼아 국민통합과 국가발전을 이룩해야 하겠다. 그것만이 3·1독립선언의 위대한 정신을 구현하고 선열들의 위업에 보답하는 길이 될 것이다.

최규학(국가보훈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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