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단체인 녹색연합과 생명회의가 마련한 회견의 미래세대 명단에는 40일된 아기도 포함돼 있어 어른들이 아이들을 너무 작위적으로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소리도 있다. 그렇지만 형식이야 어떻든 회견 참석을 위해 전국에서 모인 초중고생은 나름대로 자연보전에 대한 자기들의 목소리를 내 어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들 어린이와 청소년은 5월 5일 어린이날 ‘미래세대 소송단 출범식’을 갖고 집단으로 정부의 개발정책에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물론 소송은 소송대리인이 하겠지만 어린이와 청소년이 직접 정부를 상대로 한 환경소송은 국내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소송의 진행이나 결과는 별개로 치더라도 우리는 미래세대의 환경소송 선언이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청소년들이 구체적인 환경문제에 보다 깊은 관심을 기울일 것이며, 이것은 곧 살아있는 교육이 될 것이다. 이번에 청소년들이 문제제기를 한 개펄은 환경보전차원에서 그 중요성이 무시돼 왔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펄은 해양 생태계의 보고이며 육상 유입 오염물질의 정화능력이 탁월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국토확장 등을 위한 매립의 대상이었다. 1987년부터 10년 사이에 여의도 면적의 143배에 이르는 개펄이 상실됐다는 통계도 있고, 내륙의 습지와 개펄 등을 보전 관리하는 습지보전법도 지난해에야 제정된 형편이니 어린이와 청소년의 환경권 요구에 정부나 어른들도 큰소리를 내기는 힘들다.
그뿐 아니다. 어른들은 온통 개발에만 몰두하는 듯한 실정이다. 준농림지역에는 호텔 음식점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고, 곳곳이 대규모 아파트단지로 바뀌고 있다. 도시와 농촌, 산과 들을 가릴 것 없는 난(亂) 개발로 자연은 정말 어지럽다. 그에 따라 어린이들은 뛰어 놀 잔디밭, 맑은 물, 자연과 친해질 수 있는 곤충마저 빼앗기게 되는 셈이다. 어른들이 미래세대의 환경권에 앞서 꿈과 정서를 파괴하는 형편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환경소송은 정부나 어른들에 대한 경고이다. ‘어른들은 말끝마다 어린이는 미래의 주인공이라 하면서 미래세대의 몫을 남기지 않고 자연을 파괴한다’는 이들의 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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