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건강]당신의 건강나이는 몇 살입니까?

  • 입력 2000년 3월 2일 23시 23분


“생활습관이 삶의 질과 수명을 결정한다 ” 어떤 사람은 나이보다 젊어보이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겉늙거나 병약해 보인다. 그래서 의학적인 면에서는 물리적인 나이보다 ‘건강나이’를 중요하게 여긴다. 건강나이를 좌우하는 핵심은 규칙적이고 편중되지 않는 식생활, 적당한 운동, 스트레스 조절, 금연, 절주 등. 나의 건강나이를 체크해 보고 그에 맞춰 건강생활을 설계하자. ●글·권호순<자유기고가> 서울중랑구 신내동에 사는 주부 김미나씨(34). 아침은 대개 점심을 겸해 먹고, 맵고 짠 음식을 즐기며, 술 담배는 전혀 안한다. 운동은 거의 안하고, 평소 시집식구들로 인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있으며 차를 탈 땐 안전벨트를 꼭 맨다. 자신의 B형 간염 항체 유무를 모르고 있고, 처녀 때와는 달리 출산 이후 ‘뚱뚱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 편이며, 건강검진은 해본 적이 없다. 김씨의 이런 데이터를 인제대 의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김철환 교수가 미국의 자료와 한국인의 유병률을 참조해 만든 ‘건강나이 측정법’에 적용, 계산해보았더니 김씨의 건강나이는 실제 나이보다 훨씬 많은 42세로 나왔다. 다시 말해 실제 연령보다 8년 정도 더 늙었다는 얘기. 이대로 간다면 김씨는 평균수명을 다 채우지 못하고 일찍 죽게 될지 모른다. 그러나 김씨가 지금이라도 당장 식습관을 개선하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며, B형 간염 백신을 접종받고,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으며, 체중조절을 하고, 스트레스를 줄인다면 10세 이상 젊어질 수 있다. 김철환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25만명 정도가 사망하는데 이중 50% 정도는 개인의 잘못된 행동 및 습관에 기인한다”며 “나쁜 행동과 습관을 바로잡으면 사회적으로는 매년 10만명 이상의 사망을 예방할 수 있고, 개인적으로도 5∼10년 이상 더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건강나이는 분명히 건강을 지키려는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미 널리 알려진 대로 건강을 해치는 생활습관은 담배, 지나친 음주, 운동부족, 불규칙한 식사, 지나친 염분 섭취, 수면 부족, 극심한 스트레스, 음주운전 등이다. 반면에 몸에 이로운 습관은 운동, 적당한 양의 싱거운 음식, 규칙적인 식사, 스트레스 조절, 하루 7∼8시간의 적당한 수면, 정기적인 건강검진 등을 꼽을 수 있다. 세계 최장수자인 프랑스의 잔 칼망 할머니는 자신의 1백21회 생일기념 회견에서 ‘적당히 먹고 많이 움직이고 낙관적인 생각이 장수비결’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많은 장수자들이 건강비결로 식이요법과 운동을 통한 생활 개선, 스트레스 조절을 꼽는다. ◆소금, 지방은 줄이고 생선, 녹황색 채소를 많이 먹는다 건강을 지키는 식이요법으로 전문가들은 소금과 지방을 줄이고 생선과 녹황색 채소를 많이 먹으라고 권한다. 하루 식사량을 생각해서 ① 밥은 조금 모자란 듯이 먹었는가 ② 반찬 가운데 육류·생선·두부가 포함돼 있었는가 ③ 채소는 반드시 매끼니 먹었는가 ④ 달걀 1개, 우유 2백ml를 섭취했는가 하는 4가지 물음에 ‘OK’라고 답할 수 있으면 적당한 식이요법. ◆운동은 체력나이에 맞게 한다 운동은 땀이 밸 정도의 강도로 하루에 30~60분 가량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심한 운동은 금물. 예컨대 마라톤과 같이 극심한 피로를 느끼는 운동은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다.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과 박원하 박사는 “효과적인 운동은 온몸에 땀이 나고, 숨이 찰 정도”라며 “건강나이와 함께 관심있게 체크해봐야 할 것이 체력나이로 그에 맞는 운동을 할 때 최고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운동을 할 때 먼저 염두에 둬야 할 것이 체력나이. 자신의 체력나이는 40대인데 30대에 맞는 운동을 한다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에게 버겁다 싶으면 거기서 멈추고 차츰 늘려가는 것이 좋다. 체력나이를 테스트하는 주요 항목으로는 제자리 멀리뛰기, 윗몸 일으키기, 윗몸 앞으로 굽히기, 눈 감고 한쪽 다리로 서기 등. 제자리 멀리뛰기는 도움닫기 없이 선 자세에서 앞으로 뛴다. 성인 여성을 기준으로 240cm 정도 뛰면 수준급. 근력 테스트인 윗몸 일으키기를 20개도 못한다면 근력이 상당히 퇴화한 것이므로 그에 맞는 운동 조절이 필요하다. 윗몸 앞으로 굽히기는 유연성을 평가하는 테스트. 다리를 펴고 앉은 자세에서 앞으로 손을 뻗는다. 손가락 끝이 발끝을 얼마나 지나가는지 잰다. 10cm 이하면 매우 열등한 수준으로 심한 운동을 할 경우 근파열과 같은 상해를 입기 쉽다. 눈 감고 한쪽 다리로 서기는 평형감각 테스트, 오래 버티려면 하체의 힘이 뒷받침 돼야 한다. 막상 해보면 생각보다 어려운데 1분 이상 하면 20대, 35초 정도면 50대의 체력나이다. 이상의 테스트에서 한부분이라도 자신의 체력이 약한 경우 처음부터 무리할 것이 아니라 다양하고 점진적인 운동을 통해 체력을 기르도록 한다. ◆스트레스와 불만은 면역력을 약화시킨다 환경오염으로 발암물질 등이 늘어나면서 건강을 지키는 조건으로 새롭게 부상하는 것이 ‘면역력 강화’. 우리 몸에는 암세포 등 몸에 해로운 돌연변이 물질이 생기면 이를 막는 ‘경찰세포’들이 있다. 이것이 바로 면역력이다. 면역력은 특히 스트레스와 관계가 깊다. 스트레스가 심할 경우 경찰세포의 수가 줄고 활동력이 약해져 암세포 등을 제거하지 못해 병이 생기게 되는 것. 김철환 교수는 “경찰세포 중 가장 중요한 세포가 T-림프구의 일종인 대과립림프구인데 임상에 따르면 불만이 있거나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이 수가 줄고 활동력이 약해지는 결과를 보인다”며 “면역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즐겁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건강나이를 젊게 하는 11계명 - 안전 제일을 생활화한다(안전벨트, 운동보호구, 위험요인 확인 등). - 규칙적인 식사를 하고 영양을 골고루 섭취한다(탄수화물:지방:단백질=60:20:20). -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매끼니 먹는다. - 우유와 된장국을 즐긴다. - 짜고 매운 음식, 너무 뜨거운 음식, 탄 음식을 피한다. - 절대 금연한다. - 1회 20분 이상, 일주일에 3회 이상 규칙적인 운동을 하되, 과로는 피한다. - 지나친 스트레스를 피하고 긍정적인 사고를 갖는다. - 술은 가급적 피하고 마시더라도 3잔을 넘지 않는다. - 매년 건강검진을 받는다. - 하루에 7~8시간의 수면을 취한다. 전문가 조언 “소식(小食), 다동(多動), 절주, 금연이 최고의 장수비결이다” 김철환<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특별한 병이 없는 경우 흔히 자신을 건강한 것으로 믿기 쉽다. 하지만 당장 병이 없더라도 어떤 사람이 몸에 해로운 생활습관을 갖고 있거나 유전 요인이 있다면 건강하다고 볼 수 없다. 바로 건강나이가 많기 때문. 사람은 누구나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어한다. 사실 건강관리만 잘 한다면 100세까지는 무난히 살 수 있다는 것이 의학자들의 의견이고, 실제로 그렇게 장수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장수자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바로 소식(小食), 다동(多動), 절주, 금연을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들은 너무나 평범하고 쉬워 보이면서도 건강을 위해서는 그 어떤 보약보다 좋고 효과적인 것들이다. 건강나이를 젊게 유지하고 싶다면 비아그라, 멜라토닌, DHEA 등을 먹기 전에 건강한 생활습관을 실천하는 게 우선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