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ational]까다로운 美명문대 신입생 선발

  • 입력 2000년 3월 3일 00시 05분


학생 선발에 까다롭기로 소문난 웨슬레이안대학(코네티컷주)에서 신입생 선발을 맡고 있는 라파엘 피구에로아(35)의 책상 위에는 6849명의 지원자 중에서 가려낸 두 학생의 입학원서가 놓여있었다. 한 학생은 캘리포니아에 사는 아시아계 미국인 여학생으로 1600점 만점인 대학위원회 시험에서 1400점을 기록한 수재였다. 반면 나머지 한 학생은 뉴욕 출신의 도미니카계 여학생으로 대학위원회 시험성적이 900점대일 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영어 성적도 D에 머물렀다.

피구에로아는 사무실에서뿐만 아니라 집에 돌아와서도 둘 중 어떤 학생을 입학시킬 것인지를 놓고 11시간 동안이나 고민을 거듭했다. 그리고 마침내 아시아계 여학생이 쓴 원서의 1차 의견란에는 ‘불합격’이라고 쓰고 도미니카계 여학생의 원서에는 조심스럽게 ‘합격’이라고 썼다. 모든 조건에서 아시아계 여학생이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그가 뜻밖의 결정을 내린 것은 아시아계 여학생이 고등학교에서 별로 힘들지 않은 과목을 선택한 반면 도미니카계 여학생의 자기소개서와 교사 추천서에는 도전을 좋아하는 타고난 지도자의 자질이 나타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점수 높은 학생이 떨어질 수도▼

피구에로아는 올해 자신의 일이 유난히 어려워졌다고 느끼고 있다. 다른 대학에서 신입생 선발을 맡고 있는 사람들도 대부분 여기에 동의한다. 입시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기록상 일류대학 입시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것은 작년이었다. 하버드대학은 지원자 10명 중 9명을 떨어뜨렸고 컬럼비아대학의 낙방률도 비슷했다. 웨슬레이안대학은 10명 중 7명을 떨어뜨렸다. 그런데 올해의 입시경쟁은 모든 면에서 작년의 기록이 깨질 것이라는 사실을 벌써부터 예고하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생 수가 늘어난 데다 정보화 사회에서는 좋은 대학을 나와야 최고의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이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하버드와 컬럼비아대의 입학 지원자 수는 3% 증가했고 미들베리 대학은 6% 증가했으며 웨슬레이안대학은 7% 증가했다.

그러나 각 대학의 신입생 선발 담당자들을 괴롭히고 있는 것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캘리포니아 텍사스 플로리다 워싱턴주 등에서 수십 년 전부터 실시되어 오던 소수민족 우대정책을 재고하고 있는 것도 대학의 신입생 선발에 부담이 되고 있다. 이들 주에서는 소수민족 우대정책 때문에 백인들이 불공평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주장이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었다.

수많은 지원자 중에서 누구를 합격시키고, 누구를 떨어뜨릴 것인지 결정하는 작업은 과학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피구에로아를 포함한 웨슬레이안대학의 신입생 선발 직원 9명은 먼저 지원자들의 성적, 학급 석차, 시험점수를 본다. 대학진학 적성시험(SAT) 성적이 1400점 이하인 학생은 당연히 불합격 가능성이 높은 사람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이것이 최종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지원자의 고등학교 시절 강의 선택, 운동실력, 예술적 자질, 지역사회 봉사활동, 재학중인 고등학교의 수준 등은 물론 인종, 민족적 배경, 출신 지역까지 모두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신입생 선발 담당자들은 이 모든 기준별로 지원자들을 최하위인 1등급에서 최상위인 9등급까지 분류한다. 그러나 최종 결정을 내릴 때 신입생 선발 담당자들은 숫자로 나타난 학생들의 등급은 물론 지원자에 대한 자신의 직감에도 자주 귀를 기울인다. 지원자가 웨슬레이안대학에서 학문적으로 뛰어난 성과를 거둘 확률과 지원자가 학교는 물론 이 사회와 세계에 무엇인가를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고 애를 쓰는 것이다.

▼소수민족 우대도 옛이야기▼

웨슬레이안대학의 더글러스 베넷 총장은 “완벽한 공평성을 확보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라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이라면서 “지금 16∼17세인 학생들이 18세나 20세 때 어떤 모습이 될지에 대한 직관적인 추측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1959년에 웨슬레이안대학을 졸업한 그는 지금이라면 자신이 이 학교에 합격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피구에로아가 학생들의 입학원서에 표시한 의견은 최종적인 것이 아니다. 1월부터 3월까지 각각의 입학원서는 적어도 두 사람의 신입생 선발 담당자에 의해 검토된다. 이 두 사람의 의견이 일치하는 경우에는 입시사정의 총책임자가 그 의견을 그냥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사실은 두 사람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최종결정을 3월말까지 미뤘다가 신입생 선발 담당자들이 모두 모여 며칠 동안 회의를 한 끝에 결정을 내리게 된다.

(http://www.nytimes.com/library/national/022700college-admissions-edu.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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