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열대성 석회조류 번식… 소라등 해조류 멸종위기

  • 입력 2000년 3월 3일 08시 42분


제주 서귀포시 법환동 해안. 썰물 때면 하얗게 변한 바위가 모습을 드러내 마치 ‘바다사막’을 연상케 한다.

이곳은 한때 황금어장으로 불렸으나 지금은 소라 전복의 채취량이 급격히 줄었고 해조류도 자취를 감췄다. ‘죽음의 바다’로 변한 것이다. 다름아닌 ‘갯녹음현상’ 때문이다.

백화(白化)를 뜻하는 갯녹음현상은 해안가 돌에 산호초의 일종인 석회조류가 달라붙어 흰색이나 분홍색을 띄는 것을 말한다. 이 석회조류는 미역 톳 등 해조류의 정상적인 성장을 막고 해조류를 먹고 사는 소라 고둥 전복 성게 등의 성장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92년 서귀포시 해안가에서 처음 발견된 갯녹음현상은 최근 동해안으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

▽피해실태 제주지역에서는 전체 어장 1만4800㏊가운데 2930㏊(19.8%)에서 갯녹음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수심 8m의 바다암반까지 하얗게 변해 숲처럼 울창했던 수중 해조류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 때문에 해녀들은 수심 10m 밑으로 잠수해야만 소라 전복 성게 등을 채취할 수 있는 실정이다.

서귀포시 이안생(李安生·60)법환어촌계장은 “얼마전 까지만 해도 해녀 1인당 하루 해조류 채취량이 10㎏을 웃돌았으나 갯녹음현상이 진행된 뒤부터는 2∼3㎏를 채취하는 게 고작”이라고 말했다.

강원 경북 경남 등 동해안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들 지역 어촌계에서 공동으로 관리하는 1만7879㏊의 어장 가운데 16.1%인 2887㏊가 갯녹음현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발생원인 국립수산진흥원 동해수산연구소 송용수(宋龍秀·44)연구관은 갯녹음현상의 주원인으로 수온상승을 꼽았다. 쿠로시오(黑潮)난류와 엘리뇨현상으로 연안 수온이 상승하면서 바위와 암반 등에 붙어 서식하는 해조류가 멸종하고 대신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아열대 또는 열대종의 석회조류가 번식하게 됐다는 것.

수온상승 외에도 △해조류의 과다 채취 △하수 등에 의한 해양오염 등이 갯녹음현상의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책 98년부터 어장을 되살리는 방안으로 우선 고기집으로 불리는 인공어초에 해조류의 씨앗을 부착시킨 뒤 바닷속에 투하하는 방법이 이용되고 있다.

국립수산진흥원은 지난해 제주 서귀포시 법환동 앞바다 등 3개 어장에 300개의 인공어초를 바닷속에 집어넣었다. 인공어초에서 감태 미역 등 해조류가 무사히 자랄 경우 인근 지역으로 씨앗이 퍼져 바다숲이 조성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험하기 위한 것. 또 제주 북제주군은 하얗게 변한 돌에서 석회조류를 떼어내거나 돌을 옮기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강릉·제주〓경인수·임재영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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