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불편해요]교차로 신호체계 허점

  • 입력 2000년 3월 6일 19시 29분


회사원 김수정씨(34·서울 강북구 미아동)는 5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지하철 2호선 성내역앞 4거리 횡단보도를 건너다 교통사고를 당할 뻔했다. 우회전하던 승용차가 횡단보도 앞에서 급정차해 다행히 사고는 면했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승용차 운전자는 신호등의 직진신호를 보고 우회전하다가 파란 불이 켜진 횡단보도에 사람들이 건너가는 것을 뒤늦게 발견하고 갑작스럽게 브레이크를 밟았던 것. 승용차 운전자가 미안하다는 손짓을 보내긴 했지만 김씨는 한동안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서울 등 대도시 대부분의 교차로에는 모퉁이 바로 옆에 횡단보도가 있고 차량의 직진신호가 들어오면 그 방향과 나란히 놓인 횡단보도에 보행 신호가 들어온다.

따라서 직진신호때 우회전하는 차량은 모퉁이를 돌자마자 곧 바로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보행자를 발견하고 급정거하거나 미처 속도를 늦추지 못해 사고를 내게 된다.

실제로 1월 말 서울 서초구 잠원동 N스포츠센터 앞 3거리 횡단보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길을 건너던 이모군(9)이 우회전하던 승용차에 치여 다리를 크게 다치는 사고를 당했다.

교차로 횡단보도에는 보행 신호등 밑에 차량용 보조 신호등이 설치돼 있는 곳과 없는 곳이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보조신호등이 없는 곳에서는 차량이 우회전한 직후 만나는 횡단보도의 신호가 파란 불이더라도 지나가는 사람이 없으면 횡단보도를 통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단 사고가 발생할 경우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간주해 운전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

보조신호등이 있으면 무조건 이 신호에 따라야 하고 위반하면 신호위반으로 벌점 15점과 범칙금(승용차 6만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운전자들은 횡단보도를 염두에 두지 않고 우회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횡단보도가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려주는 시설이 설치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회사원 김일수(金一洙·30)씨는 “우회전하면 횡단보도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표지판이나 우회전을 표시하는 미니 신호등을 직진 구간에 설치해야 운전자나 보행자 모두 사고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교차로 회전 구간에 설치된 시설물이 시야를 가려 운전자가 횡단보도를 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사고 위험을 더욱 높이고 있다.

교통개발연구원 도로교통팀 권영인(權寧仁)박사는 “서울 등 대도시의 교차로 가운데 배전반 도로표지판 등이 회전구간에 설치된 곳이 많다”며 “이들 시설물을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지 않는 곳으로 옮겨야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정보·이명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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