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서는 최근 국내증시의 흐름이 이같은 ‘종목장세’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종목장세에서는 대형주지수보다 소형주지수의 움직임이 활발하고 지수가 하락하거나 보합을 보이는데도 상승종목이 많고 심한 경우 하락종목을 상회하는 경우가 잦다. 전형적인 종목장세에서는 상승종목이 500∼600개, 하락종목이 200∼300개 가량 된다는 게 증권가 통설.
‘수급보다 재료가 우선하는’ 종목장세에서는 시장의 변동성이 극심해지므로 개인투자자들은 추격매수를 삼가는 등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종목장세 언제까지 갈까〓종목장세는 수급여건이 악화한 뒤 오랫동안 개선기미가 보이지 않을 때 나타난다. 한정된 파이(자금)을 나눠갖기 위한 수익률 싸움이 가열되면서 주변종목이 분에 넘치는 연속 상한가 대접을 받다가 갑자기 하한가로 곤두박칠치는 모습이 자주 펼쳐진다.
최근 종목장세는 거시경제 여건 호전에도 불구하고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 환매부담에 따른 투신권의 매도포지션 지속 등으로 수급여건이 악화하면서 생겨났다. 시기적으로는 1월중순부터 증시자금이 거래소에서 코스닥으로 이동, 코스닥지수가 급등하자 2월중순경 일부 자금이 거래소로 복귀하면서 조성됐다.
가장 먼저 진웅 고제 경인양행 등 정보통신 인터넷 분야의 자회사에 지분을 출자한 거래소종목이 주목을 받았다. 이후 인터넷 전자상거래, 정보통신업 진출을 선언한 종목들이 1∼2주일 간격으로 돌아가면서 매수세를 유인했다.
현대증권 류용석 책임연구원은 “은행권에 머물고있는 단기부동자금이 증시로 유입되거나 외국인이 순매수을 지속해 증시에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지 않는 한 당분간 종목장세가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응요령〓한 증권사 관계자는 “종목장세에서는 모래알처럼 많은 함정속에 진주처럼 대박종목이 숨어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위험하다는 것. 그럼에도 여건만 갖춰지면 종목장세가 어김없이 나타나는 것은 ‘폭탄돌리기’의 스릴과 흥분 때문이라는 분석. 최근 늘고 있는 자사주매입 공시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도 투자자들이 왠만한 수익률에는 만족하지 못하게 되면서 뻔한 재료에는 반응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런 심리가 시장을 지배하면 대박은 엉뚱한 곳에서 터지고 허무하게 꺼지기 마련이다.
대우증권 이종우 연구위원은 “작년말의 화려한 주가상승세를 보고 올들어 뒤늦게 증시에 뛰어든 투자자들이 ‘설마 나는 안 잃겠지’하면서 이미 서너번 상한가를 친 종목을 붙잡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종목장세에 스타로 등장하는 종목일수록 한번 주가가 꺾이기 시작하면 받아주는 세력이 없어 바닥모를 추락을 하게 될 공산이 크다”고 경고했다.
종목장세에서는 추격매수를 하지말고 얼마의 수익을 거둘 것인가보다 얼마의 손해를 감수할 것인지를 먼저 결정해두는 자세가 필요하다. 먼저 투자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냉정하게 판단하고 △시장 패션을 따라잡을 자신이 없으면 잠시 쉬어가고 △투자를 할 생각이면 가급적 저평가된 우량가치주에 투자하라는 것.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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