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국토의 90%가 지방이며 인구는 60%, 대학생의 60%가 지방에 있다. 그러나 지방대는 그동안 이루 말할 수 없는 푸대접을 받았다.
우수한 인재가 입학하면 우수한 인재가 배출되기 마련이다. 전국의 대학졸업자 중에서 서울지역 대학생들이 행정고시 합격자의 93%, 대기업 취업의 84%를 차지한다. 이같은 통계는 인문계 상위 5% 학생 중 90%가 서울의 대학에 진학하는 사실과 정확히 일치한다.
교육부의 대학평가에 따르면 지방대와 서울소재 대학 간 차이가 별로 없다. 그런데도 지방에선 경쟁적으로 서울로 간다. 그 결과 지방대는 갈수록 황폐화하고 있다.
지방대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발표됐다. 이에 따라 교육부가 지방공무원 채용시 지방대 출신자를 특채하겠다고 밝혔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평가할 만한 일이다.
사실 지금도 지방직 공채시험의 합격자는 대부분 지방대생이다. 지방대생들도 중앙공무원 법조인 국회의원 대기업임원으로 출세하고 싶어한다. 국회의원을 뽑는데도 지방대 출신자는 무시되기 일쑤다. 인구의 반이 여성인데 여성 국회의원이 왜 적은가를 생각하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지방이나 여성이 모두 중앙과 남자에 의해 통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지위 향상을 위해 여성할당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선택된 여성 대부분이 서울소재 대학 출신자다.
진정한 지방대 육성은 특혜보다는 인적 물적 자원의 공평한 안배에서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 사법시험 행정고시 회계사시험 등 주요 국가시험과 자격시험 합격자를 지역 인구비례로 지방대에 할당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이는 특혜가 아니라 발상의 전환이다. 수능 고득점자가 몰리는 의대 약대 한의대 교육대는 중앙과 지방간에 점수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 사실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
박찬석(경북대학교 총장)
▼반대▼
교육부가 지방대 육성정책에 관심을 갖는 것은 환영하지만 이해 당사자인 지방자치단체 및 지방공무원과 사전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해 아쉬움이 있다. 지방대 출신을 특별채용하면서 그것도 상위 직급에 임용한다는 교육부 발표로 지방 공직사회가 동요하고 있다.
교육부가 지방 공무원사회의 실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현재 지자체의 공무원 채용시험에는 대출 이상 고학력자가 대거 응시한다. 지차체가 실시하는 9급 공채시험의 합격자 대다수가 지방대 출신이고 대학원 졸업자도 상당수 된다. 굳이 교육부의 특채 방침이 아니더라도 이미 지방대 졸업자가 지자체 공직에 많이 진출해 있다.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지방대 출신을 일반 직원보다 상위 직급에 특별 채용하는 것은 기회균등과 형평성 등에서 많은 문제점이 있다. 기존 공무원의 사기저하는 물론 조직의 위화감이 우려된다. 결코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 지방직 공무원이 9급에서 시작해 7급까지 승진하는데는 10년이상, 6급은 20년 정도 걸린다. 똑같은 지방대 출신인데 갓 졸업한 사람을 2, 3단계 높은 직급에 임용하는 것은 특혜이자 모순이다.
중앙인사위원회는 공직사회의 개방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1∼9급 체계를 폐지하고 보수를 기준으로 공직구조를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외교통상부도 이미 이런 작업에 착수했다. 그런데도 교육부가 지방대 출신을 상위직급에 특채한다는 것은 정부의 개혁방향과 어긋나는 것이다. 공무원 임용제도의 변화 추세와 지방공직 사회의 현실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
정부가 기왕 지방대 출신의 공직기회 확대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지자체에 국한시킬 것이 아니다. 국가공무원 채용시에도 지방대 출신을 우대해 중앙진출 문호를 넓혀주는 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박성철(대구시청 공무원직장협의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