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5·18연극 '봄날' 10~12일 국립극장서 열려

  • 입력 2000년 3월 8일 19시 14분


올해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20주년. 그 해로부터 스무번의 봄이 지났지만 아직도 죽은 자들을 위한 ‘레퀴엠’은 끝나지 않았다. 프랑스 혁명을 소재로 한 ‘레미제라블’,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한 ‘미스 사이공’처럼 잘 알려진 역사적 사건이 예술작품으로 승화돼 사람들에게 감동과 교훈을 전달하듯,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대형연극이 무대에 오른다.

소설가 임철우의 ‘봄’과 시인 황지우가 처음 쓰는 희곡 ‘오월의 신부’가 각각 서울과 광주에서 공연된다. 해마다 광주의 지역극단 ‘토박이’가 ‘금희의 오월’ 등 오월극을 무대에 올려왔지만, 이번 공연은 지역적 한계를 넘어 전국적 관심을 끌어내기 위한 기념극.

‘봄날’은 임철우의 동명의 장편소설(전 5권)을 각색한 작품. 당시 진압작전에 참여했던 한 공수부대원의 기억을 통해 당시 열흘 간의 긴박한 상황들을 재현한다. 연출가 김아라는 “허구적 이야기 구조로 얼개를 꾸미는 통상의 드라마 구조를 최대한 배제하고, 5·18의 실록을 소재로 ‘다큐라마 퍼포먼스’(다큐멘터리와 드라마를 합성시킨 연극적 퍼포먼스) 형식으로 꾸밀 것”이라고 말했다. 3월10∼12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대극장. 금 7시반, 토일 3시 7시. 1만2000∼4만원. 02-765-5476

한편 시인 황지우(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의 첫 희곡 ‘오월의 신부(新婦)’도 5월 중순 서울과 광주에서 각각 공연된다. ‘봄날’이 다큐적 성격이 강하다면, ‘오월의 신부’는 비극적 상황에서의 사랑과 인간적 고뇌를 담은 드라마. 도청 사수투쟁 과정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시민군 김현식 오민정의 사랑을 중심으로 허인호와 가톨릭 장요한 신부 등 허구 인물들을 통해 5·18의 발생과 종결을 더듬어간다. 황교수는 “광주를 지킨 사람들이 왜 그 자리에 서서 투쟁했으며 성자(聖者)의 길은 또 무엇인가를 묻고자 했다”고 말한다.

극단 연우무대가 공연하고 김광림(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원장)이 연출하는 이 작품은 광주비엔날레 야외특설무대(5월12∼13일)와 서울 예술의전당 야외특설무대(5월18∼21일)에서 차례로 공연된다. 02-3673-0792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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