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인터넷 충격' 확산▼
그래서 인터넷화를 방해하는 행동도 나온다. 어느 은행에서 사이버뱅킹을 하자니까 일부 직원이 그 안내포스터를 뜯어 쓰레기통에 집어넣고 CD롬을 몰래 감추는 일이 벌어졌다. 자동차 전자회사 등에서는 노조와 오프라인유통조직의 반발 때문에 인터넷직판을 마음대로 못한다. 하지만 인터넷커뮤니티의 아웃사이더는 천덕꾸러기다. 일본에서도 인터넷직판금지법을 제정하라는 로비가 벌어지는가 하면 ‘테크하라(tech-harassment·넷맹골탕먹이기)’라는 사회현상이 생겼다.
미국에서도 수년 사이 e비즈니스에 대한 저항이 만만찮게 나타났다. PC업체 컴팩은 신생 델컴퓨터의 인터넷직판에 위협을 느끼고 97년 이 방식을 도입하려다 대리점들의 거센 반발에 부닥치자 실물유통과 온라인판매를 병행키로 타협했다. 그러나 컴팩은 델컴퓨터에 1위자리를 넘겨주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GM 포드 등 자동차회사도 결국 올들어 인터넷업체와 손잡고 본격적인 e비즈니스에 나섰다.
기업도 개인도 아날로그형 오프라인형에서 디지털형 온라인형으로 변신하지 않고는 견뎌내기 어렵게 됐다. 디지털경제는 노조를 통한 집단적 ‘몸값방어’도 거부한다. 벤처기업엔 아예 노조가 없고 노사관계는 동업자관계로 바뀌었다. 지역주의 연고주의 생존방식이 노동시장에도 존재하지만 기업이건 개인이건 그런 것에 매달리면 결국 경쟁력 저하의 코스트를 감당해야 한다. 아날로그세대가 시련을 쉽게 이겨낼 수 있는 요술방망이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나로선 그걸 할 수가 없다’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과 ‘내가 어떻게 하면 그걸 할 수 있을까’하고 긍정적으로 도전하는 사람은 전혀 다른 삶을 산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는 ‘사람은 정말 사고(思考)를 통해 삶을 만든다’고 썼다. 단념하면 생각이 멈춰버리지만 도전하면 머리가 움직이기 시작해 방법이 나온다는 얘기다. 그는 ‘포기는 정신적 게으름의 신호’라고 했다.
▼나의 '가치회생'위한 도전을▼
성공한 1세대 벤처기업가로 꼽히는 정문술(鄭文述·62)미래산업사장을 만나봤다. “아날로그세대의 경험은 인터넷시대에도 가치가 있다. 그러나 ‘변화는 일시적 바람일 것’이라고 믿고싶어 하며 과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은 곤란하다. 이는 시간낭비다. 당장 생각을 바꿔 대세에 적응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디지털혁명은 자신의 장래에 다소 모험을 걸고 변신을 모색하는 사람에겐 더 많은 기회를 줄 것이다.”
인터넷경매회사 옥션의 이금룡(李今龍·48)사장 얘기는 더 고무적이다. “인터넷은 어려워서 젊은 사람만 할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부터 깨는 게 중요하다. 웹사이트를 이해하기만 하면 아날로그세대가 오프라인 쪽에서 쌓은 경험과 실력은 온라인 쪽에서 더욱 빛을 내고 빅뱅적 발전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사장은 2년3개월전 미국의 피아노콘테스트에 딸을 참가시키려다 서류접수가 늦어 포기할 뻔했는데 우연히 인터넷접수가 가능하다는 걸 알게 돼 기회를 살렸다. 그것이 인터넷에 눈뜨게 된 ‘충격’이었다. 두달 뒤 컴퓨터학원 새벽반에서 인터넷을 배웠다. 그리고 작년 9월 삼성물산 이사를 끝으로 22년간의 대기업생활을 마감하고 창업했다. 그는 지난주 인터넷기업협회 초대회장이 됐다.
아무리 ‘넷도사’중학생이 넷맹아저씨를 몰아내는 시대지만 비관은 무의미하다. ‘조로(早老)는 없다’를 선언하고 자신의 몸값을 지키고 올리기 위한 행동에 나서는 것만이 살길이다. 몸값의 디지털화를 위한 ‘워크아웃’이다. 미국 영화배우 제인 폰다에겐 군살빼서 몸매가꾸기가 워크아웃이었고 기업엔 가치회생작업이 워크아웃이다. 나는 지금부터 어떤 워크아웃을 하면 되지?
배인준<논설위원>inj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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