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국에서 3주 연속 흥행 1위를 달리고 있는 ‘나인 야드(The Whole Nine Yards)’는 반전이 거듭되지만 관객이 이야기를 좇기 위해 머리를 쓸 필요없이 가벼운 기분으로 볼 수 있는 왁자지껄 코미디 영화다.
캐나다 몬트리올에 사는 치과의사 오즈(매튜 페리 분)는 악독한 아내 소피(로잔나 아퀘트)와 극성맞은 장모에게 치어사는 불쌍한 남자. 어느 날 그의 옆집에 악명높은 킬러 지미 튤립(브루스 윌리스)이 이사온다. 그는 미국 시카고 범죄조직 보스의 범행을 수사기관에 밀고한 뒤 증인보호 프로그램에 따라 몬트리올로 잠적해온 것. 범죄조직은 지미를 잡기 위해 현상금을 걸고, 오즈의 아내 소피는 현상금을 받으려고 남편을 시카고로 떠밀어 보낸다. 그러나 오즈가 범죄조직을 찾아나선 이후 일은 복잡해지기 시작하고, 엉뚱한 사건들이 꼬리를 문다.
대형 스타 브루스 윌리스의 액션 영화로 오인되기 쉽지만 브루스 윌리스의 비중은 조연에 불과할 뿐이다. ‘나인 야드’는 오즈 역을 맡은 매튜 페리의 영화다. TV 시트콤 ‘프렌즈’로 얼굴을 알린 매튜 페리는 부딪히고 넘어지는 익살극으로 관객을 웃긴다.
‘나의 사촌 비니’ ‘돈가방을 든 수녀’ 등 줄곧 코미디 영화를 만들어왔던 조나단 린 감독은 이 영화에서도 상황에 따라 같은 말의 뜻이 달라지는 중의법, 등장인물들의 꺼벙한 행동으로 웃음을 만들어 낸다.
오즈가 “일을 할 때 (환자에게) 고통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하자 킬러 지미가 “나도 그래” 하며 맞장구를 치거나, 킬러가 되고 싶어 안달이 난 오즈의 비서가 씩씩하게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지미가 “크게 될 애야” 하고 말하는 순간 그 비서가 뒤뚱거리며 넘어지는 식이다.
지미가 범죄 조직을 물리치는 방법이 황당하고 말로 사건을 다 설명해버려 이야기 구성이 허술해지는 면이 있지만, 그런대로 볼 만한 오락 영화. 원제는 숫자 9의 연속으로 엄청난 행운을 뜻하는 말. 18세 이상 관람가. 11일 개봉.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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