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양각색의 일곱 커플이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오고, 술에 취한 새신랑 김준호(차승원 분)는 방을 잘못 찾아 남의 신부인 주고은(정선경)과 정사를 벌인다.
다음날 김준호가 해변에서 시체로 발견되면서 신혼여행은 엉망이 된다.
수 많은 사람이 등장하는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인물은 사이비 종교의 부교주 역을 맡은 엄춘배. 말도 안되는 엉터리 주문을 외우는 그의 근엄한 표정을 보면 웃음을 참기 어려울 지경.
중년 부부 역을 맡은 신신애와 이인철, 좀 모자란 듯한 호텔 직원 역의 김태욱도 때때로 웃음을 선사한다.
조연들에 비한다면 주연배우들의 연기는 밋밋한 편. ‘세기말’에서 호평받았던 차승원은 이 영화에선 스테레오 타입인 ‘느끼한 바람둥이’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한다. 연기력의 문제라기 보다는, 캐릭터 자체가 빈약한 탓이다.
살인사건 이후 영화는 스릴러로 돌입하지만 등장인물들의 모호한 성격과 거친 전개 때문에 스릴러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 위기의 순간마다 흐릿하게 나타나는 유령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끝까지 나오지 않는다. 마지막 반전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결말.
그러나 사전에 아무런 복선이 깔리지 않아 이 반전은 엉킨 실타래를 풀 듯 이전의 사건들에 대한 해답의 역할을 하는 묘미를 갖추지 못한 채 덧붙여진 다른 이야기처럼 겉돈다. 제목의 신혼은 ‘新婚’이 아니라 ‘身魂’으로 몸과 혼이 각각 제 거처를 찾아 떠난다는 뜻이라는 게 제작진의 설명. 나홍균 감독의 데뷔작. 18세 이상 관람가. 11일 개봉.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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