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윤득헌/송도해수욕장

  • 입력 2000년 3월 12일 19시 49분


송도(松島)는 우리의 정서에 맞는 말인 것 같다. 백과사전에 나온 송도만 해도 7개나 된다. 그리고 섬은 아니지만 송도해수욕장도 있다. 부산의 송도는 1910년대에, 인천의 송도는 1940년대에 개장된 해수욕장이다. 지역에서 각각 최초로 생긴 해수욕장이라 한동안 성황을 이뤘다. 그러나 두 곳 모두 예전의 각광을 잃은 지 오래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피서객이 더 깨끗한 바닷물을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인천 송도해수욕장의 상황은 안타깝다. 송도는 61년 국정 관광지(유원지)로 승인받은 뒤 개발돼 피서철에는 하루 4만여명이 몰리는 등 수도권 주민의 사랑을 받았었다. 하지만 70년대 수질오염 때문에 해수욕장은 바다와 격리돼 수문(水門)개폐식으로 운영돼왔다. 그런 식의 운영도 이제 한계에 이르러 인천시는 2003년부터 해수욕장을 매립해 대형 풀을 포함한 수상공원으로 개조키로 했다. 결국 바다 오염에 밀려 송도해수욕장은 ‘추억 속으로’ 사라질 운명이다.

▷해수욕장 바닷물의 오염은 육상의 오폐수 등 오염물질 배출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하수찌꺼기(슬러지)의 해양 투기는 그 이상으로 심각한 바다 오염원이다. 98년 전국에서 나온 슬러지 중 바다에 버려진 양은 34.4%나 됐다. 특히 서울 인천 등 6개 지방자치단체가 슬러지를 버리는 서해 해역의 오염도는 인천 앞바다와 비슷한 3급 해역이 된 상황이다. 바다 오염과 생태계 파괴를 막기 위해서는 슬러지의 해양 투기를 금지해야 하지만 문제는 오히려 더 늘어날 전망이라는 점이다.

▷97년 개정된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2001년부터는 슬러지의 매립이 전면 금지된다. 이에 따라 지자체들은 슬러지 처리시설을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이지만 완공돼도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더구나 슬러지의 해양 투기는 소각이나 건조처리보다 비용이 덜 들고 법적 제한도 거의 없다. 따라서 처리시설이 모자라는 지자체는 슬러지의 해양 투기량을 늘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바다오염과 환경파괴가 어디까지 갈 것인가.

<윤득헌논설위원>dh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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