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위용/'사이버경찰' 分室 득과 실

  • 입력 2000년 3월 14일 19시 10분


서울벤처밸리에 경찰청 사이버수사대 분실이 들어선다는 얘기가 나오자 벤처기업들간에 설왕설래가 벌어지고 있다.

사이버수사대가 과연 기업활동에 도움이 될 것인지, 경찰이 사이버수사대를 설치한 뒤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찰의 계획은 거의 굳어진 것 같다.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사이버범죄에 대한 첩보를 수집하고 불법 행위를 단속한다는 것이 서울벤처밸리 분실 설치의 1차적 목적이라며 최근 서울 강남구 역삼동 D빌딩에 사무실을 임대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계획은 컴퓨터범죄 전담수사부를 설치한 검찰과의 벤처밸리 선점 경쟁 때문에 은밀하게 추진됐다는 말도 나온다.

서울벤처밸리에 입주한 업체들은 사이버수사대의 필요성과 기업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보며 찬반 양론을 펴고 있다.

찬성쪽은 대체로 벤처밸리가 각종 범죄의 사각 지대로 방치되고 기업의 건전한 거래질서도 문란한 지경에 이르러 수사대의 진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98년에 입주한 한 벤처기업의 직원은 “벤처열풍을 타고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한몫 챙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 벤처 분위기가 흐려졌다”며 경찰의 계획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반대론이 찬성의견보다 훨씬 더 많고 또 설득력 있게 전파되고 있다. 사이버수사대는 그 이름에 걸맞게 사이버 공간을 무대로 일어나는 범죄에 활동의 중심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 반대론의 논리다. 수사대가 전진배치돼 오프라인 수사에 치중하다 보면 기업의 정상적인 활동마저 위축되는 등 득(得)보다 실(失)이 더 많다는 지적이다.

수사대가 벤처기업과 윈-윈(win-win)게임에 들어가려면 “기업에 대한 부당한 감시와 고객 정보에 대한 무단접근 등 부작용을 해결할 방안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한 벤처기업가의 말을 먼저 의식할 필요가 있다. 검찰과의 경쟁은 그 다음 문제다.

정위용기자 <경제부> viyonz@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