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지역구’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에서 입후보자들의 지역적 관심과 이해관계 표명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다. 따라서 그런 후보자들의 언명(言明)이 뉴스 보도의 초점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소위 지역주의적 선거 풍토와 보도 경향은 한국적 상황에서 극단적으로 불가피한 현상이기도 하다. 이념적 스펙트럼을 극히 제한시키고 있는 남북한 대치상황, 일관된 정치적 이념과 전통이 없는 일회성 정당들, 그리고 정치인들의 실력 경쟁을 제한하는 보스 중심의 독재적 정당정치 구조에서 입후보자나 유권자 모두 ‘일회성 소모품’이다. 지역적 연고주의를 중시하는 분위기를 이용해 정치인들은 ‘지역’을 판다.
지역주의적 선거풍토와 선거보도가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무엇이 문제인가. 일화 하나를 들겠다. ‘독일의 나치스 집단은 아인슈타인이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그가 발견한 상대성이론을 부정했다.’ 이런 유의 논증을 논리학에서는 발생적 오류라고 한다. 유대인으로 태어난 것이 상대성 이론의 진리 여부를 판가름하는 것과 전혀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비합리적인 결론을 내렸다.
지금 지역주의적 선거 캠페인과 선거보도의 문제점은 발생적 오류를 범람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후보자의 태생적 지역연고와 그 사람이 주장하는 공약의 타당성 여부와는 무관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지역이 판단의 중요한 잣대로 사용되고 있다. 오늘날의 한국인 집단은 나치스 집단과 거의 다르지 않는 범주에 속하고 있다고나 할까.
이제 결론은 명백하다. 이번 선거에서 언론보도의 똑바른 수문장(守門將) 역할은 정치인들의 언명에 대해서 발생적 오류가 없는지 끊임없이 지적해주는 일이다. 그래야 지역주의적 양태들의 선악을 구분할 수 있고 유권자의 양식과 정치의 질을 높여줄 수 있다.
김학수(서강대 교수·정치커뮤니케이션)
▼반대▼
언론은 사실보도와 여론 선도 기능을 수행한다. 외견상 상호보완적으로 보이는 두 기능은 항상 긴장과 갈등관계를 동반한다. 여론 선도에만 치중할 경우 언론은 가부장주의적 계몽주의에 빠지기 쉽다. 국민의 정보접근성이 제한되면 민주적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보도에 과도하게 초점을 맞출 경우 언론의 여론 형성을 통한 선도 기능은 사라지고 흥미 위주의 무책임한 보도로 흐를 개연성이 높다. 전반적 논조, 기사의 크기 및 지면배치 등에 녹아 들어가는 이 두 측면은 결국 어느 한쪽의 일방적 선택이 아니라 조화와 균형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바로 이점에서 언론의 원칙과 철학이 중요하다. 언론은 끊임없이 생산되는 정보의 사회적 가치와 역할을 고려해 최적의 내용을 국민에게 제공해야 할 책무가 있다.
지역감정의 매캐한 연기가 국민의 정치개혁 염원을 질식시키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정치인들이 무책임하게 내뱉는 지역감정 조장 발언이 과연 보도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다.
요즘 일부 정치인들이 지역감정 조장 발언에 대한 언론의 보도는 균형감각을 상실한 듯하다. 지역감정 조장 발언에 대한 정보적 가치를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거나 지역감정 극복을 위한 여론 선도 역할을 방기하고 있는지 모른다. 언론이 이를 대서특필하는 것은 ‘지역감정 조장 발언→언론 보도→득표력 향상’을 노리는 정치인들의 득표 전략에 이용당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지역감정의 발호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언론이기에 국민이 언론에 거는 기대도 크다. 지금이야말로 언론이 여론 선도적 기능에 무게 중심을 둬야 한다고 본다. 지역감정 조장 발언을 하더라도 이를 무시하거나 보도를 자제하고 구시대적인 정치인은 준엄한 사회적 심판을 통해 결코 득표에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박병옥(경실련 정책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