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불과 일주일 후면 공식 선거운동(28일∼4월12일)이 시작된다. 이 시점이 선관위원장으로서 혼탁선거의 원인이나 단속의 어려움, 선거법 개정방향 등을 우선적으로 언급해야할 계제는 아니다. 그것들은 총선이 끝난 다음의 문제다. 그가 당장 최우선적으로 관심을 갖고 힘을 쏟아야할 부분은 불법 선거운동을 철저히 단속해 공정한 선거분위기를 만드는 일이다. 그의 세미나 발언을 뒤집어 보면 불법 선거운동이 극심하다는 사실을 시인한 것이나 다름 없다.
선관위가 19일 공고한 지역구별 선거비용 제한액만 해도 그렇다. 평균 1억2000여만원이라는 법정선거비용을 보는 유권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할 수밖에 없다. 실제 표밭에서는 ‘30당(當)20락(落)’이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로 돈이 마구 뿌려지고 있는 판에 1억2000여만원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표를 몰아주는 대가로 돈을 요구하는 선거브로커들 때문에 공천을 반납한 후보도 여러명이다. 법정 선거비용을 제대로 지키는 후보가 있으리라고 믿는 국민은 별로 없다. 그런데도 돈을 뿌리다 적발된 사례는 적다. 선관위가 과연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박상희(朴相熙) 중소기협 중앙회장과 단위조합장 등 368명이 무더기로 집권 민주당에 입당한 ‘사건’에 대해 선관위가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에 가깝다. 이 사건은 본란이 이미 지적했듯이 ‘개인 차원’이 아닌 ‘조합 차원’의 정치활동으로 보는 게 상식에 맞다. 그런데도 선관위가 조합 차원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중소기협법 위반여부에 대해 ‘해당부처 소관’임을 내세워 공식적으로 한마디도 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선관위가 공정성에 의심을 받으면 선거결과에 대해 시비가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지금은 인력이나 법, 제도 타령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불법 선거운동을 적극적으로 적발해내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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