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를 끝낸 뒤 근 보름간 휴식을 취하며 선수들은 컨디션 조절을 마쳤고 코칭 스태프는 상대팀 전술의 장단점을 샅샅이 파악했다.
반면에 SBS 스타즈와 삼성 썬더스는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각각 삼보 엑써스와 기아 엔터프라이즈를 따돌리느라 체력이 바닥났을 뿐더러 전술도 고스란히 노출됐다.
준비된 팀과 그렇지 못한 팀의 대결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차이는 바로 리바운드와 속공.
2연승을 달리고 있어 앞으로 1승만 더 거두면 챔피언전에 직행하는 현대나 19일 현재 1승을 먼저 챙긴 SK 모두 리바운드를 발판으로 한 속공전략으로 상대팀을 초토화했다.
두차례 경기를 치른 현대와 SBS.
현대는 리바운드에서는 83-56, 속공 횟수에서는 15-3으로 압도적인 우세를 보였다.
정규리그에서 경기당 평균 5.4개의 속공으로 이 부분 1위를 달린 현대는 플레이오프에선 평균 7.5개로 정규리그보다 2개가 더 많아진 반면 SBS는 정규리그 3.9개에서 1.5개로 처졌다.
10개팀 중 가장 골밑이 튼튼한 현대의 속공 패턴은 두가지. 정규리그 리바운드 1위 조니 맥도웰과 로렌조 홀의 수비리바운드에서 시작돼 이상민이나 맥도웰이 재빠르게 골밑으로 달려들며 손쉬운 득점찬스를 엿본다. 공격권을 얻었다 하면 둘이 동시에 뛰기 시작해 좀더 좋은 위치에 있는 선수가 레이업슛을 올려놓는 것.
또 한가지는 이른바 ‘세컨드 브릭’. 수비리바운드를 잡은 선수가 길게 아웃렛 패스를 넣어주면 조성원과 추승균 쌍포가 외곽슛을 어김없이 터뜨린다.
18일 1차전에서 8개의 속공(삼성은 2번)을 성공시킨 SK의 경우 속공수는 재키 존스. 마치 야구선수가 던지는 것 같다고 해서 ‘베이스볼 패스’라고 불리는, 한손으로 길게 던져주는 아웃렛 패스에서 그를 따를 자가 없다. 일단 존스의 패스가 나오면 황성인 조상현 로데릭 하니발 등 발빠른 선수들이 손쉽게 골밑에서 득점을 올린다.
문제는 SBS나 삼성이 상대의 이같은 전술을 뻔히 알면서도 앉아서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 속공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빠르게 수비전환을 하거나 전면 강압수비를 펼치는 데 이 방법들이 모두 체력소모를 부추겨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상대에 더 많은 기회를 줬다.
그래서 현대와 SK는 4강전은 안중에도 없고 양팀 감독의 머릿속에는 챔피언전 전략구상으로 가득 차있다.
<전창기자> jeon@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