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아낌없이 주는 나무’

  • 입력 2000년 3월 22일 19시 25분


사과나무는 소년에게 그네도 뛰게 해주고, 그늘에서 잠도 재워주었다. 소년이 성장하자 사과를 따 돈을 벌게 했고, 도회지에서 돌아온 그에게 가지로 집을 짓게 했다. 그리고 큰 세상을 보도록 줄기로 배를 만들게 했다. 그가 늙어서 돌아오자 나무는 밑동을 내주며 그를 쉬게 했다. 쉘 실버스타인의 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생각나는 것은 지난주 미국의 한 구호단체가 북한에 사과나무 1만 그루를 보냈기 때문만은 아니다.

▷나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나무는 목재나 열매를 얻기 위해서만 쓰이는 게 아니다. 잘 가꿔진 산림은 토사유출 방지와 수자원 함유의 기능도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의 관심사인 환경의 정화기능도 훌륭하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생산한다. 산림은 깨끗한 물과 맑은 공기를 제공하는 것이다.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은 도시의 비대화, 차량의 매연, 거침없는 개발로 무너져만 가는 환경과 생태계를 되살리는 하나의 첩경이다.

▷나무를 심는 철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나무심기는 해마다 제주도에서부터 3월 21일경 시작됐으나 올해는 20일이나 앞당겨 1일부터 시작됐다. 겨울철 기온이 과거보다 2도나 높아져 해빙기가 빨라진 데 따른 것이다. 4월 5일인 식목일은 기념일로 유지되지만 나무심기는 요즘이 한창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새 천년 나무심기’ ‘생명의 나무 1000만 그루 심기’ ‘푸른 도시 가꾸기’의 구호 아래 수백만 그루씩 나무를 심고 있다. 북한도 식수절인 2일 경제성 효용성이 큰 나무와 땔감용 나무를 많이 심었다고 한다.

▷나무 심기에는 아름다운 사연도 많다. 고향에 10만 그루의 나무를 기증한 독지가도 있다. 결혼 입학 졸업 회갑과 아기 탄생 축하 기념 식수를 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우리의 어린 아이들이 살 공간을 위해 정성을 심는 것이다. 그러나 총선 출마를 기념해 나무를 심었다는 선량 후보의 얘기는 아직 듣지 못했다.

<윤득헌논설위원> dh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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