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방침은 지금까지의 선거사범 재판결과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여론을 고려할 때 당연하다. 국회의원 임기말까지 재판을 질질 끌거나 ‘벌금 80만원짜리’ 변칙 유죄판결로 의원직을 유지시켜주는 ‘관대한 법원’이 과연 ‘엄격한 법원’으로 바뀔지 관심거리다.
법원이 선거사범 엄단방침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에도 기회 있을 때마다 비슷한 방안을 내놓았으나 지나고 보면 역시 ‘솜방망이’에 그친 경우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15대 총선의 경우 기소된 당선자 18명 가운데 7명만이 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잃었다.
의원직을 상실해도 대개 임기 4년중 2, 3년 이상을 채운 뒤의 일이다. 또한 의원직을 유지한 11명중 8명이 8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것도 한명을 제외한 7명이 1심에서는 의원직 상실 기준인 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구제’됐다.
따라서 후보들 사이에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못된 풍조를 만연시키는 데 법원도 큰 기여를 해왔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그렇다면 엄단방침을 밝히기 전에 법원이 우선 자기반성부터 하는 게 순서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번에도 선거사범 전담판사들이 하루종일 토론을 했다고는 하나 과연 충분한 반성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법원 내부에서조차 이번 방침도 엄포용으로 끝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는 것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태국의 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실시된 상원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200명 가운데 무려 78명을 당선무효로 선언했다는 외신 보도는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될 만하다. 물론 선관위가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태국과, 법원의 판단에 맡긴 우리의 제도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재선거 비용 부담을 각오하고 무더기 당선무효를 결정한 그 단호한 태도는 눈여겨볼 만하다.
법원이 정말 ‘1년 이내에 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해 부정 당선자의 의원직을 반드시, 그리고 조기에 박탈한다면 ‘당선 제일주의’선거풍토는 크게 개선될 것이다. 과연 법원이 약속을 제대로 지킬지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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