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보통신 및 기술주가 조정 국면에 돌입하게 된 것은 단순히 주식가치가 과대평가되고 수급 면에서 편입비중이 과다해졌기 때문만은 아니고 중장기 거시여건을 감안할 때 이들 주식이 가치주에 비해 매력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경기따라 수혜株도 순환▼
▽투자에도 계절이 있다〓최근 각국 증시에서 장세 주도권이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넘어가고 있는 현상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모델이 미국계증권사 메릴린치의 ‘투자시계(investment clock·그림)’. 이 설명모델은 증시의 매기가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 전망의 변화에 따라 순환한다는 데 착안해 개발됐다. 인플레이션이 누그러질 때(그림의 수직선 왼쪽부분에서) 성장주가 가치주보다 수익률이 높아지고 성장전망이 좋아질 때(그림의 수평선 윗부분에서) 경기에 민감한 주식이 경기에 둔감한 주식보다 수익률이 높아진다는 것이 핵심내용.
이에따르면 한국이나 미국은 현재 Ⅱ국면에서 Ⅲ국면으로 넘어가는 중이다. 경제성장 전망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가운데 물가상승 압력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Ⅱ국면과 Ⅲ국면의 가장 큰 차이는 인플레이션 우려다. Ⅱ국면에서는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 상태에서 경기전망이 호전되고 투자수익률도 높아지나 인플레이션 압력은 거의 없다. 불경기였던 Ⅰ국면에서 가동되지 않은 기계와 고용되지 않은 인력이 완충역할을 해주기 때문.
Ⅱ국면에서는 경기에 민감하고 특히 장기성장전망이 좋은 주식들이 인기를 끈다. 그러나 성장속도가 빨라지면서 물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하고 정부가 통화긴축정책을 펴는 Ⅲ국면에 접어들면 경기호조의 덕을 입는 주식과 가격상승의 혜택을 받는 기초자원 관련 업종 주식이 시장을 주도하게 된다는 것.
▼정통-기술주들 조정 몸살▼
▽가치주를 잡아라〓Ⅱ국면에서 Ⅲ국면으로 넘어가고 있는 현재로서는 경기순환 수혜 가치주가 투자 1순위로 지목된다. 메릴린치는 그중에서도 최근 낙폭이 컸던 기아자동차, 포항제철, 한화석화, 한국합섬 등을 추천했다.
물가상승 압력은 있지만 아직까지 시중자금이 풍부하고 정부가 금리인상 대신 환율하락 허용으로 물가를 잡는 방법을 택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음식료품 제약 보험 등 업종을 관심권에 두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것. 금리인상 전망이 낮고 은행차입으로 자금을 마련하는 기업이 적기 때문에 금융주도 추천종목에서 배제된다.
메릴린치는 “정보통신 및 기술주들이 조정국면을 큰 타격을 받지 않고 견뎌내고 시중자금이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불구하고 증시 주변에 머물 경우 Ⅱ국면으로 되돌아갈 가능성도 있다”면서 반도체 주식과 하드웨어관련 기술주들에도 꾸준한 관심을 가질 것을 권유했다.
국내증권사들의 추천종목도 최근 중소형 테마주나 재료보유주에서 낙폭과대 블루칩과 실적호전주로 서서히 바뀌어가고 있다. 동원경제연구소는 22일 “투신사의 대기성매물이 지속적으로 지수상승에 걸림돌이 되고 있으나 조만간 투신사의 순매수 전환을 내다본 개인투자자들의 블루칩 선취매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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