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관점에서 볼 때 일본은 스스로의 이미지를 개선하는데 성공한 나라라는 것이 소르망의 주장이다. 동양에서는 일본에 대해 침략국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서양에서는 ‘전쟁에 희생됐던 나라’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고 그것이 유럽과의 접촉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일본정부가 원폭피해 같은 역사적 사실을 문화적으로 잘 부각시킨 결과라는 것이다. 한국은 어떤가.
▷소르망은 유럽에서 보는 한국의 문화적 이미지에 대해 “이미지가 약하거나 또는 전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4년 전 대우가 프랑스의 톰슨사를 인수하려 할 때 프랑스 사람들이 보인 반응이 그 한 예라는 것. “도대체 한국이라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데…”라는 의문에서부터 프랑스 사람들의 부정적 여론이 싹튼 것이라고 한다. 88올림픽도 한국의 독특한 문화를 홍보하는데 실패해 경기가 남미에서 열렸는지, 아프리카에서 열렸는지 모르는 사람도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소르망의 얘기였다. 말하자면 한국은 그동안 문화외교를 제대로 못했다는 것이다.
▷외부에 우리의 모습을 나타내는 것은 상품이나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가장 효율적으로 우리의 참모습과 특징을 나타내는 것은 우리의 문화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교류는 모든 국제관계의 바탕이 된다. 이번 포럼에 참석한 고려대 김화영교수의 주장처럼 “문화는 경제원리 시장원리에 밀려 뒷전으로 미루어 놓아도 좋은 부차적 사안”이 절대 아니다. 문화는 국제사회에서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이다. 우리의 문화외교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남찬순논설위원> chans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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