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양준혁도 LG로 트레이드

  • 입력 2000년 3월 24일 19시 33분


이번엔 LG의 줄무늬 유니폼이 어울릴까.

삼성의 파란색 언더셔츠도, 해태의 호랑이 유니폼도 결국 그에게 맞는 옷이 아니었다.

양준혁(31). 프로야구판에서 그만큼 기구한 사연을 가진 선수도 없다.

고향인 대구에서 뛰기 위해 프로 입단을 연기하고 군에 갔다온 뒤 선택한 팀 삼성. 그는 “내 몸 속엔 파란 피가 흐른다”고 자부했지만 98년 구단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았다. 마무리 투수 임창용을 영입하기 위해 구단에서 그를 해태로 트레이드시킨 것.

정신적인 충격으로 잠적소동을 벌이고 기자회견까지 열어 해태로의 트레이드를 거부했지만 결국 어쩔 수 없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마음을 추스른 뒤 해태 호랑이로 거듭나기를 1년. 이번에 그는 ‘선수협 폭풍’의 한가운데에 섰다. 선수협의회의 태동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양준혁은 야구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결연한 의지로 선수들의 권익을 찾기 위해 애썼다.

시즌 뒤 선수협 공식 출범이라는 성과를 얻은 기쁨도 잠시. 이번엔 해태가 그를 가만 놔두지 않았다. 선수협 활동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괘씸죄’에 걸렸다.

구단과 김응용감독은 “트레이드하겠다”며 그를 공개적으로 시장에 내놨고 하루만에 LG에서 반응이 왔다. 양 구단은 24일 양준혁과 LG 투수 손 혁+현금 5억원을 맞바꾸는 트레이드를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이 트레이드로 LG는 7년 연속 3할 타율을 거둔 왼손 거포를 얻어 장거리타자 부재의 고민을 해결했고 해태는 2년 연속 두자리 승리를 거둔 투수를 얻어 마운드를 강화했다. 걸출한 기량에도 불구하고 벌써 세번째 팀으로 옮기게 된 양준혁이 얻은 건 과연 뭘까.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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