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현욱씨 재공천 옳은가

  • 입력 2000년 3월 26일 19시 57분


강현욱(姜賢旭)의원에 대한 민주당의 지역구 공천을 무효로 판단한 법원의 가처분결정에 대해 민주당은 즉각 ‘존중’한다고 밝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바로 이튿날 일사천리로 형식적 요건만 다시 갖춰 강의원을 재공천했다. ‘존중’이란 말이 한낱 ‘립 서비스’에 불과했던 셈이 됐다. 민주당은 무효결정 다음날인 25일자 지역신문에 공천신청 접수를 공고한 후 그날 접수를 마감해 그날 밤 강의원을 재공천했다. 그러나 이런 편법적 재공천은 법 정신을 무시한 것이며 정치도리에도 어긋난다.

민주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후보공천은 무효라는 법원의 결정이 정치현실과 상당한 괴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사당화(私黨化)한 각 정당의 밀실공천과 보스의 일방적 낙점에 의한 하향식 공천을 언제까지나 ‘어쩔 수 없는 정치현실’로 치부할 수는 없다. 그런 정치현실은 하루 속히 버려야 할 유산이다. 따라서 헌법과 정당법을 근거로 한 법원의 판단은 정당할 뿐만 아니라 정치발전과 선거개혁을 위해서도 정치권이 그 뜻을 적극 수용해야 마땅하다.

특히 법원은 지역구 당원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는 공천관행의 불법성을 중시하고 있다. 그런 민주주의적 기본원칙을 무시하는 정당은 공천은 둘째치고 정당으로서의 ‘존립’자체에도 문제가 있다는 게 법원의 입장이다. 민주당은 무소속이던 강의원이 당선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공천신청자 12명을 제쳐놓고 그를 공천자로 발표했다. 그러나 그는 당시 공천신청조차 하지 않았고 민주당 당원도 아니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다른 공천신청자나 해당 지구당 당원들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법원 결정의 취지는 강의원의 재공천까지 안 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게 옳을 것이다. 설령 민주당의 재공천이 억지로라도 형식적 요건은 갖춰 법적 문제는 없다 하더라도 정치도의상 문제까지 깨끗이 해소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강의원에 대한 민주당 공천은 적법성 문제 이외에도 생각해볼 여지가 많다. 그는 15대 총선 때 호남지역에서 한나라당(당시 신한국당) 공천으로 당선된 유일한 인물이다. 지난해 한나라당을 탈당해 몇 달간은 무소속 상태였다. 극복하기 어려운 지역주의의 압박에다 한나라당으로 출마해서는 당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현실적 판단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는 강의원을 데려다 공천요건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공천을 준 것이다. 여러 면에서 모양이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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