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은 모세가 처음 ‘약속의 땅’을 보았다는 산에 올라 올리브 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그리고 성서에 나오는 가시떨기나무 앞에서 기도도 올렸다. 나무는 원시 이래 인류 신앙의 뿌리였다고 한다. 영어의 신앙(belief)과 나뭇잎(leaf)은 그래서 같은 어원이다. 나뭇잎에 바로 ‘신적인 치유력’이 있다고 믿어 숭배함으로써 신앙이 싹텄다는 것이다. 나무(tree)와 진실(true)이 같은 어원이며, ‘신조’ ‘신앙’의 영어 단어(creed) 역시 본래 ‘작은 가지’인 것이 이와 통한다고 한다.
▷그리스도교가 세계화하는 과정에도 신앙을 선점하고 있던 신성한 ‘나무’와 대결한 기록이 있다. 독일에 포교하러 간 성 보니파티우스는 725년경 게르만인들이 섬기던 거대한 떡갈나무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나무를 쓰러뜨리면 그리스도교의 승리요, 거기에 밀리면 패배였다. 그는 대군중이 모인 가운데 보기 좋게 그 나무를 쓰러뜨려 중부 독일 게르만인들의 무더기 개종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나무나 나뭇잎이 꼭 그리스도교의 적만도 아니다. 유럽의 중동 순례자들은 잎이 달린 가지를 축복으로 여겼다. 그래서 예루살렘 순례자는 종려(palm) 가지를 들고 돌아오곤 했다. 그래서 파머(palmer)는 성지순례자를 의미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종교와 신앙은 사람과 자연의 역사 속에 싹트고 무르익어 왔다. 그런데 때로는 종교간의 편견과 갈등 때문에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치르기도 하고, 이번처럼 손을 맞잡고 열린 종교를 외치기도 한다. 이제 이 땅에서도 ‘닫힌’ 신앙으로 인한 갈등이 사라질 수 있을까. 부처에게 페인트를 내던지고 장승을 넘어뜨리는 것도 다 폐쇄적인 행위요, 부질없는 짓이다.
<김충식논설위원> sear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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