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창업 붐으로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선 사무실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워졌고 임대료가 급등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벤처기업들이 아예 자체 건물 마련에 나서면서 수백억원대의 대형 빌딩과 수도권 일대 업무용 토지 거래가 활기를 띠는 추세. 건설업체들도 미분양된 오피스텔을 벤처 전용으로 바꾸는 등 ‘벤처 마케팅’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사무실이 없다〓벤처기업이 밀집한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서울시내의 빈 사무실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면서 임대료가 급상승하고 있다.
28일 현재 서울벤처밸리와 송파구 등 벤처기업이 밀집한 지역과 코스닥 활황 특수를 누리고 있는 여의도 일대의 사무실 공실률은 1%대에 머물고 있다. 강남의 사무실난으로 벤처기업들이 도심이나 분당 등지로 진출하면서 강북과 분당의 공실률도 각각 5%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
임대료도 테헤란로의 경우 지난해말 평당 300만원선에서 최근에는 평당 405만원까지 올랐으며 송파구 일대도 지난해말보다 30% 이상 오른 28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마포 여의도 지역은 지난해말 평당 270만원선에서 최근 300만원대로 올라섰고 분당신도시도 지난해말보다 10% 가량 오른 210만∼240만원에 임대료가 형성돼 있다.
빈 사무실 구하기가 힘들자 ‘입도선매’ 양상까지 나타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임대면적 4만2500평)의 경우 유니텔 로커스 컴팩 등이 3∼7개층을 한꺼번에 임차하면서 입주를 다섯달이나 앞둔 이달 25일 일찌감치 임대계약을 마쳤다.
▽부동산 매입 열기 뜨겁다〓임대료가 오르고 그나마 사무실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아예 사무실을 매입하거나 땅을 구입, 직접 사옥을 지으려는 벤처기업이 늘고 있다.
한국종합기술금융(KTB)은 해양수산부가 청사로 사용했던 서울 강남구 역삼동 진솔빌딩을 지난달 635억원에 매입했다. 또 두루넷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태빌딩을, 텔슨전자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금화빌딩을, 미래에셋캐피탈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진성빌딩을 각각 지난달 사들였다.
터보테크 아시아벤처 와이티시텔레콤 등 5개 벤처기업은 이달 중 분당신도시에 업무용지 9필지, 260여억원 어치를 ‘5개월내 일시불 조건’으로 한국토지공사로부터 매입했다.
벤처기업들의 빌딩 매입 경쟁으로 법원경매시장의 소규모 빌딩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지난해초 50%대에서 최근 60% 수준으로 올라섰다.
▽벤처 마케팅도 뜬다〓특수를 틈타 건설업체들은 미분양아파트나 오피스텔 등에 ‘벤처’라는 이름을 붙이거나 벤처기업 전용 사무실로 개조해 재분양에 나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98년3월 분양을 시작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오피스텔 ‘R&B’가 2년동안 절반도 분양되지 않자 이달 1일 벤처텔로 이름을 바꾸고 재분양에 나서 한 달이 안되는 사이에 대부분을 분양하는데 성공했다.
대우건설은 97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분양한 오피스텔을 벤처기업 전용 아파트로 개조, 다음달 중 분양키로 했으며 프라임산업은 지난해말 경기 양평군 양수리에 분양했던 ‘프라임 빌’을 벤처기업에 맞게 설비 등을 추가, 재분양 중이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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