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80돌 특집/세계의 미디어 변화]'저널리즘 포털' 확산

  • 입력 2000년 3월 31일 20시 52분


제임스 로메네스코(46)는 매일 오전 5시반에 일어나자 마자 인터넷 검색을 시작한다.

먼저 워싱턴포스트 온라인 뉴스에 들어간다. 가장 좋아하는 미디어비평 전문기자인 하워드 커츠의 기사가 거의 매일 나오기 때문이다. 다음은 코네티컷주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하트포드 코런트의 웹사이트로 넘어간다. 그 다음은 시카코 트리뷴. 이런 순서대로 150개 뉴스 웹사이트를 빠르게 훑어나간다. 한 웹페이지에 눈길이 머무는 시간은 몇초를 넘지 않는다.

그는 언론에 관한 한 전문가다. 밀워키 매거진에 13년 동안 ‘기자실의 비밀(Pressroom Confidential)’이란 제목의 언론비평 칼럼을 연재해왔다. 언론인 경험이 있어 짧은 시간에 많은 뉴스의 본질과 비중을 잴 수 있다. 아침식사를 시작할 무렵인 8시반까지 주요기사들을 요약해 자신의 웹사이트에 띄워놓는다. 원문도 찾아 읽을 수 있도록 연결해놓고 자신의 짤막한 비평도 곁들인다.

미 언론계는 그를 진정한 ‘저널리즘 포털의 원조’라고 부른다. 정보를 선택해 독자에게 제공하는 게이트키퍼에 대한 게이트키퍼(Gatekeeper For Gatekeeper)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시대가 활짝 개막된 미국 언론계에는 그처럼 한 사람 또는 몇 사람이 모여서 만든 저널리즘 포털이 확산되고 있다. 그의 인터넷 웹사이트 고정 독자는 5000∼7000명. 하지만 그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왜냐하면 독자들이 대부분 언론계에 종사하는 기자나 프로듀서들이기 때문이다. 종종 “왜 내 기사는 요약해 올려 놓지 않았느냐”는 불평을 듣기도 하고 E메일을 통해 제보를 받는 정도까지 됐다.

그는 지난해 8월 인터넷담당 기자로 일하던 직장인 일간지 세인트 폴 파이오니어 프레스를 그만 두었다. 권위있는 비영리 언론연구소인 포인터 인스티튜트가 그에게 미디어비평 웹사이트 운영을 의뢰했기 때문이다. 웹사이트 주소도 미디어가십닷컴(MediaGossip.com)에서 미디어뉴스(poynter.org/medianews)로 바꾸었다. 그리고 3월15일 미 온라인 아카데미상이라고 할 수 있는 웨비 어워즈(Webby Awards)후보로 추천됐다. 미 유수한 주간지 뉴욕의 편집자였던 커트 앤더슨과 스핀지의 편집자였던 마이클 허숀, 언론비평잡지 ‘브릴스 컨텐트’의 디나 브라운 전 사장은 지난해말 ‘파워풀 미디어(Powerful Media)’를 표방하면서 언론과 문화, 오락에 대한 비평전문 웹사이트 설립계획을 발표했다. 곧이어 세간의 비상한 관심이 모아졌다. 이유는 별로 수익성이 없어 보이는 이 회사에 수백만 달러의 벤처 자금이 몰렸기 때문이다.

이처럼 저널리즘 포털이 새 영역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은 사이버세계에 너무 많은 정보가 그것도 초단위로 흘러다니고 있어 한 개인으로서는 도저히 뉴스를 소화해낼 수 없기 때문. 누군가 뉴스를 대신 읽어 중요한 것만 뽑아주거나 어떤 뉴스가 맞는 것인지를 말해줄 중간자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중요해주고 있는 것.

야후의 인터넷 라이프에서 스티브 노퍼가 매일 기고하는 ‘데일리 넷 버즈 칼럼(Daily Net Buzz Column)’이나 인터넷과 기술관련 언론보도를 다시한번 곱씹어주는 미디어 그록(Media Grok)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 때문. 미디어 그록은 매일 10만 명이 검색하고 있어 기존 언론에서조차 무시하지 못할 영향력을 갖기에 이르렀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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