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워싱턴포스트 온라인 뉴스에 들어간다. 가장 좋아하는 미디어비평 전문기자인 하워드 커츠의 기사가 거의 매일 나오기 때문이다. 다음은 코네티컷주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하트포드 코런트의 웹사이트로 넘어간다. 그 다음은 시카코 트리뷴. 이런 순서대로 150개 뉴스 웹사이트를 빠르게 훑어나간다. 한 웹페이지에 눈길이 머무는 시간은 몇초를 넘지 않는다.
그는 언론에 관한 한 전문가다. 밀워키 매거진에 13년 동안 ‘기자실의 비밀(Pressroom Confidential)’이란 제목의 언론비평 칼럼을 연재해왔다. 언론인 경험이 있어 짧은 시간에 많은 뉴스의 본질과 비중을 잴 수 있다. 아침식사를 시작할 무렵인 8시반까지 주요기사들을 요약해 자신의 웹사이트에 띄워놓는다. 원문도 찾아 읽을 수 있도록 연결해놓고 자신의 짤막한 비평도 곁들인다.
미 언론계는 그를 진정한 ‘저널리즘 포털의 원조’라고 부른다. 정보를 선택해 독자에게 제공하는 게이트키퍼에 대한 게이트키퍼(Gatekeeper For Gatekeeper)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시대가 활짝 개막된 미국 언론계에는 그처럼 한 사람 또는 몇 사람이 모여서 만든 저널리즘 포털이 확산되고 있다. 그의 인터넷 웹사이트 고정 독자는 5000∼7000명. 하지만 그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왜냐하면 독자들이 대부분 언론계에 종사하는 기자나 프로듀서들이기 때문이다. 종종 “왜 내 기사는 요약해 올려 놓지 않았느냐”는 불평을 듣기도 하고 E메일을 통해 제보를 받는 정도까지 됐다.
그는 지난해 8월 인터넷담당 기자로 일하던 직장인 일간지 세인트 폴 파이오니어 프레스를 그만 두었다. 권위있는 비영리 언론연구소인 포인터 인스티튜트가 그에게 미디어비평 웹사이트 운영을 의뢰했기 때문이다. 웹사이트 주소도 미디어가십닷컴(MediaGossip.com)에서 미디어뉴스(poynter.org/medianews)로 바꾸었다. 그리고 3월15일 미 온라인 아카데미상이라고 할 수 있는 웨비 어워즈(Webby Awards)후보로 추천됐다. 미 유수한 주간지 뉴욕의 편집자였던 커트 앤더슨과 스핀지의 편집자였던 마이클 허숀, 언론비평잡지 ‘브릴스 컨텐트’의 디나 브라운 전 사장은 지난해말 ‘파워풀 미디어(Powerful Media)’를 표방하면서 언론과 문화, 오락에 대한 비평전문 웹사이트 설립계획을 발표했다. 곧이어 세간의 비상한 관심이 모아졌다. 이유는 별로 수익성이 없어 보이는 이 회사에 수백만 달러의 벤처 자금이 몰렸기 때문이다.
이처럼 저널리즘 포털이 새 영역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은 사이버세계에 너무 많은 정보가 그것도 초단위로 흘러다니고 있어 한 개인으로서는 도저히 뉴스를 소화해낼 수 없기 때문. 누군가 뉴스를 대신 읽어 중요한 것만 뽑아주거나 어떤 뉴스가 맞는 것인지를 말해줄 중간자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중요해주고 있는 것.
야후의 인터넷 라이프에서 스티브 노퍼가 매일 기고하는 ‘데일리 넷 버즈 칼럼(Daily Net Buzz Column)’이나 인터넷과 기술관련 언론보도를 다시한번 곱씹어주는 미디어 그록(Media Grok)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 때문. 미디어 그록은 매일 10만 명이 검색하고 있어 기존 언론에서조차 무시하지 못할 영향력을 갖기에 이르렀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