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의 造語力(조어력)은 자타가 공인하는 바이지만 당시 漢學者들의 造語力도 여간 뛰어난 게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도 때로 머리를 싸매야 할 때가 적지 않았다. 동서양의 문물이 워낙 異質的(이질적)이어서 적당한 말을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궁여지책으로 찾아낸 방법이 종전 한자단어를 억지로 갖다 붙이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名實(명실)이 相符(상부)하지 않은 엉터리 단어들이 양산됐다. ‘economy’를 번역한 ‘經濟’는 본디 중국에서는 ‘政治’를 뜻하는 말이었다. 그래서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諸葛亮(제갈량)을 ‘최고의 經濟家’로 꼽았다. 대신 食貨(식화)나 理財(이재)가 현재 經濟의 의미였다.
이런 예는 ‘民主’도 있다. ‘Democracy’를 번역한 것인데 놀랍게도 중국에서는 ‘天子’를 뜻하는 말이었다. 글자 그대로 해석해도 ‘백성의 주인’이 아닌가. 書經(서경)에서부터 보이는 이 단어는 무려 300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의미와는 멀어도 한참 멀다.
그래서인지 역대 위정자치고 民主를 외치지 않은 자는 없었다. 북한 등 여러 사회주의국가에서도 民主라는 말은 사용한다. 문제는 그 내용이다. ‘너는 民, 나는 主’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우리는 그 民主를 실천하는 選擧(선거)를 앞두고 있다. 有權者(유권자)가 현명하지 않을 때 民主는 또 한 번 이상한 의미로 변질될지도 모른다.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478sw@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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