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다시 휴진이라니

  • 입력 2000년 4월 2일 21시 07분


대통령까지 나서 가까스로 수습되는 것 같던 의사들의 집단휴진 움직임이 다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9일 대통령 면담 직후 의료계 집행부의 집단휴진 철회방침이 발표됐는데도 이에 반발한 수도권 및 일부 지방 의사회 소속 병의원이 지난 주말을 전후해 휴진에 들어갔고 그 확산 여부는 이번 주초에 판명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지역 의사들의 반발 이유는 한마디로 “대통령 면담에서 실질적으로 얻은 게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의약분업과정에서 의료계의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이 듣기에 따라서는 알맹이없는 소리로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의 대통령 약속에 대한 다소 다른 해석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한다면 어떤 이유로도 의료소비자인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한 집단휴진은 자제되어야 한다. 더구나 집행부가 진통을 거듭한 끝에 휴진철회 방침을 결정했는데도 일부 의사들이 계속 반발하는 처사는 이해하기 어렵다.

의사측은 지금처럼 낮은 의보수가로는 제대로 된 진료를 할 수 없는데다 오랜 관행인 약사들의 불법진료 및 임의조제를 근절시키기 어려운 마당에 확실한 제도적 대책도 없이 의약분업을 서둘러봤자 국민부담과 불편만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리있는 주장이다.더구나 지난해 11월 의보약값 실거래 상환제 실시 이후 약값 마진이 없어지면서 특히 동네 병의원들은 심각한 경영압박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요구사항에 대한 정부측 대응이 미흡하다거나 약사측에 대한 막연한 불신 등을 내세워 어렵게 시작하기로 한 의약분업을 또다시 무산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의약분업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의약계와 정부가 협력해 당장의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새 제도의 필요성을 설득해 소비자의 불만을 가능한 한 줄여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가운데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의약계의 이해를 조정해 나가야 한다. 그런데 의약분업 시행일자를 석달도 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 아직도 일부 지역 의사들이 집단휴진으로 사실상 의약분업을 반대하고 있으니 과연 새 제도가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이제 의약계와 정부는 의료소비자인 국민의 입장에 서서 의약분업을 성공시키기 위한 막바지 준비에 힘을 모아야 한다. 더 이상 집단휴진을 벌일 시간도 명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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