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장 사회적인 화제는 선거와 현대사태 두 가지일 것이다. 신문도 예외는 아니어서 대체로 이번 주 신문의 앞면은 이 두 가지로 메워져 있었다.
3월 27일자 1면 머리기사는 ‘현대 후계갈등 대혼란’, 28일자 1면은 ‘현대 경영자협 등 해체를’, 30일자 1면은 ‘현대 1인 총수체제 종식’이라 하여 온통 현대 사건이 일주일간 신문을 뒤덮었다. 27일자 A3면에는 이른바 ‘왕자의 난’이라는 현대 후계갈등 문제가 면 전체를 통해 상세하게 다루어졌다. 이날 사설에서 ‘현대 누구의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이번 현대 사태의 문제점을 짚은 것은 시기적으로나 내용적으로 매우 적절하게 보였다.
그러나 전반적인 흐름에서 동아일보가 이번 사태에 대한 확실한 관점을 가지고 문제점을 분석, 비판하기 보다 현대 사태, 그에 따른 정부의 대처 등을 단순 보도하는 데서 머물고 있어 아쉬운 점이 많았다.
국회의원과 재벌, 정치와 경제 부분이 온통 들썩거리는 듯한 한주간이었다. 그런데 대체로 우리 언론은 정치가 특히 국회의원에 대한 비판에는 강하지만 상대적으로 재벌에 대한 비판은 약하다는 느낌이 든다. 현실적으로 우리 사회의 거대한 흐름을 형성하는 재벌에 대해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날카로운 비판적 관점을 견지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사회의 공기(公器)인 언론의 가장 중요한 사명 가운데 하나라고 본다.
선거와 관련해 조금 다른 차원에서 흥미있게 본 것이 28일자 A17면, ‘투표의 합리적 선택, 과연 가능한가’라는 기사였다. 현실 정치에서 한발 비켜나 정치학적 측면에서 ‘합리적 선택이론’과 그에 반하는 견해를 소개하고 있는 이 기사는 북새통인 선거판에서 숨을 돌려 현대의 사람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정치행위로서의 ‘선거’를 차분하게 돌아볼 수 있게 해 주었다. 합리적인 토론과 논쟁, 철학적 사유보다 감정적인 비난, 맹목적인 추종 혹은 비판만 차고 넘치는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한번쯤 읽고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그 옆에 실린 김형찬기자의 ‘밀레니엄 담론’도 변치 않는, 아니 변치 않아야 하는 가치관에 대해 편안하게 읽고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남녀 관계를 포함한 가정문제, 가족관계에 각별한 관심을 가진 필자가 무척 흥미있게 읽은 기사는 29일자 C8면의 ‘마이라이프 마이 스타일-가계부 쓰는 남자로 살기’였다. 시대의 변화를 담아내지 못하는 가부장제의 피해자는 여성만이 아니다. 고정관념을 접고 성격과 적성에 따라 가정을 운영해 가는 신세대 부부의 삶이 신선하고 아름다웠다.
곽배희(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