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재산 수십억달러 보유▼
그렇게 초라해졌지만 여전히 몇십억 달러의 개인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을 위해 눈물을 흘릴 필요는 없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그가 더 고통받기를 원하고 있다. 타이거가 아시아국가 등 다른 나라들의 경제적 고통을 이용하거나 촉발하는 것을 통해 성공을 거둬온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이거의 몰락을 전하는 기사들은 놀랍게도 동정적이다. 몇몇 기사들은 로버트슨을 비이성적 투자에 대항해 진정한 경제적 가치를 지키려고 했던 희생자로 묘사하고 있다. 그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는 “수익과 가격에 대한 합리적 고려가 마우스의 클릭(온라인 주식 거래를 뜻함)이나 일시적 유행에 밀려났다”고 개탄했다.
어떤 점에서는 그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다. 그는 일본의 경기가 살아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일본의 통화나 주식을 파는 쪽에 너무 많은 것을 걸었다. 실제 일본 경제의 기본 바탕은 지금도 불확실하다. 최근 서구 투자자들 사이에 일본 주식 매입 열풍이 분 것도 이성적 판단이라기보다는 군중심리에 가까운 것이다. 그는 또 ‘신경제’ 주식과는 지나치게 반대 방향으로 갔다.
그러나 로버트슨이 비이성적이고 일시적 유행이 주도하는 시장에 대해 개탄하는 것은 매우 반어적이다. 왜냐하면 시장이 이성적이었다면 그 스스로도 성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헤지펀드는 시장의 오류가 없었으면 존재할 수 없다. 펀드 매니저들은 과대 평가돼 있는 주식이나 통화를 매도하고 과소 평가돼 있는 것들을 매입함으로써 막대한 이윤을 챙긴다. 시장이 정확한 가격을 반영하고 있으면 헤지펀드가 돈을 벌 수 없다.
투기에 성공했을 때 로버트슨이 정확히 알고 투자했다고 할 수 있을까. 몇 년간 믿을 수 없을 만큼 화려한 성공을 거두다가 갑자기 실패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수백명의 헤지펀드 매니저들에게 시장의 흐름을 알아맞힐 기회를 수년간 부여해보자. 예측에 특수한 재능이 없어도 몇 명은 비범한 기록을 낼 수 있다.
1만명에게 동전을 열 번 던져 앞뒷면이 나오는 정확한 순서를 맞춰보라고 물어 보는 것과 같다. 몇 명은 맞출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천부적 재능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물론 로버트슨이 전혀 자신이 하는 것을 몰랐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타이거의 초기 시절에는 조그만 회사들을 상대로 연구하고 투자해 조그만 성공들을 거뒀다. 그러나 90년대에 들어와 이들의 과거 성공이 미래의 성공을 보증한다고 생각한 투자자들의 돈이 몰려들었고 타이거는 잘 알고 게임을 하기엔 너무 커져 버렸다.
▼거시경제 정확히 예측못해▼
로버트슨은 초점을 거시적 투기(macro bets)로 옮기면서 주식 종목 전체나 한 국가의 경제 전체의 미래를 예측하는 게임을 벌였다. 세상에 거시경제를 일관되게 제대로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재수 좋은 나쁜 예측자들만 있을 뿐(나를 포함해서).
로버트슨이 일본이나 첨단기술주의 미래에 대해 수천명의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안다고 할 수 없다. 그가 여러 차례 알아맞혔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으로 선견지명이 있다고 믿고 매번 동전을 던질 때마다 모든 자본을 걸었다고 하면 그는 곧 비탄에 빠질 수밖에 없다. 실제 그는 그렇게 했다.
<정리〓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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