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돈구/산림 지켜야 환경이 산다

  • 입력 2000년 4월 3일 19시 22분


한국 중국 북한 몽골 일본 그리고 극동러시아 등 동북아시아 지역은 비슷한 환경을 공유해 한 나라의 도시화 산업화에 따른 환경오염과 사막화 문제 등이 이웃 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최근 봄철에 빈번히 찾아오는 황사는 중국 몽골 등지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하늘을 뿌옇게 하고 눈 호흡기 질환을 가져오며 식물의 생장도 저해하는 등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 특히 황사에 포함된 알루미늄은 농작물이나 나뭇잎의 기공을 막아 생장을 저해시키며 미세한 먼지는 반도체 항공기 등 정밀 기계의 작동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사람에게는 기관지염을 일으키거나 눈의 결막염, 안구 건조증 등 질환을 유발한다.

이러한 황사현상은 중국의 고비사막, 타클라마칸사막 등이 봄철 건기에 들고 저기압대가 형성되면서 미세한 모래입자가 상승기류를 타고 편서풍에 실려 한반도로 이동하면서 생긴다.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태평양까지 날아가 영향을 미친다. 고비사막은 원래 초지와 울창한 산림지역이었으나 인구증가에 따른 농경지 확대와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산림을 불태운 결과 사막으로 변했다.

몽골은 국토의 41%가 이미 사막으로 변했으며 전국토의 90%는 사막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나무와 풀의 훼손, 습지 생태계의 건조와 모래지역의 증가로 지속적으로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과다한 방목, 미숙한 농업기술, 적절한 도시계획의 부재 등에 따른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산림훼손에 따른 생태계의 파괴가 주원인이다.

최근 심각한 식량난을 겪는 북한에서도 다락밭 개간 등 식량증산을 위한 무리한 산지개발로 산림이 급속히 파괴됐다. 이렇게 황폐해진 산림으로 인해 홍수와 가뭄의 피해가 빈번해지면서 식량생산이 급격히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더욱이 에너지난에 따라 연료 공급을 위해 과도하게 산림을 벌채함으로써 산림의 파괴를 더욱 심화시켜 최근에는 국가 위기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사막화와 자연재해의 빈번한 발생 및 환경오염의 주원인이 인간에 의한 산림파괴에 있음을 감안할 때 지속 가능한 산림생태계의 보전과 복구 및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1992년 6월 178개국 정상이 참가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유엔환경개발 회의에서 산림의정서가 채택된 이후 전세계가 지구 산림자원의 보전 및 관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동북아시아 지역 국가들도 산림생태계의 보전과 관리를 위한 네트워크 강화와 연대 구축을 통해 공동의 대처 전략을 마련하고 정부 및 민간주도에 의한 산림생태계 복구 및 복원을 위한 국제협력사업이 활발히 진행돼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동북아산림포럼’이 1998년에 창립돼 시민단체 전문가 민간기업인 및 일반 시민 등이 참여해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훼손된 산림생태계 복원 및 환경보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자매단체인 ‘평화의 숲’은 헐벗은 북한의 숲을 푸르고 건강한 숲으로 만들기 위해 북한에 종자와 묘목 및 각종 임업 장비를 전달하는 등 북한 산림생태계 복원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21세기를 시작하는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화두는 환경문제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나무심기를 통해 훼손된 산림생태계를 복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식목일(5일)에 나무를 심는 모습은 사라지고 개인의 여가를 즐기는 공휴일로 전락해 식목일을 공휴일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불과 30년전만 해도 벌겋게 헐벗었던 산림이 푸르게 녹화된 것을 보고 이제는 나무심기가 끝났다고 단언하는 사람도 있다.

차량 매연과 대기오염 피해의 확산, 도시의 확장 등으로 인해 도시녹지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은 가슴아픈 일이다. 산업화 도시화에 따른 환경오염으로 산림파괴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현실을 바라볼 때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되살리기 위한 나무심기 노력을 결코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3월과 4월에는 나무를 많이 심어 우리 국토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환경을 보전하고 나아가 지구를 더 푸르게 만드는 국민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이돈구(서울대 농생대학장·동북아산림포럼 공동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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