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회나 연극공연 등 문화행사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초대권, 즉 공짜 티켓은 한국적인 인정(人情)의 산물이다. 문화행사가 소수 애호가들만이 즐기는 ‘사랑방’ 수준을 넘지 못하던 시절, 주최측은 사람들이 행사장에 와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했다. 입장료를 받는다는 것은 더더구나 예의가 아니었다. 문화가 차츰 상업화의 길을 걸으면서도 초대권은 문화인들끼리 정을 주고받는 연결고리로 남게 된다.
▷취약한 우리 문화 형편에서는 초대권이 ‘필요악’적인 측면이 있다. 공연장에는 대개 빈 좌석이 생기게 마련이다. 어차피 비어있을 자리라면 무료 관객이라도 채우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서 공연 기획자들은 초대권을 발행한다. 배우나 연주자들도 객석이 썰렁하게 비어 있으면 연기에 신명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객석의 중심은 역시 유료 손님이어야 한다.
▷우리는 이것의 앞뒤가 뒤바뀌어버린 데 문제가 있다. 초대권의 순수한 뜻이 변질되어 권력기관을 포함해 여러 곳에서 공짜 표를 요구해 오고 있다. 이에 따라 공짜 손님이 유료관객보다 훨씬 많은 일이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이런 일도 있었다. 표를 예매한 관객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개막시간보다 조금 늦게 공연장에 도착했더니 주최측에서 이미 초대권을 갖고 온 사람에게 자리를 넘겨버린 것이다. 표를 사고도 공연을 보지 못한 어처구니없는 결과다. 객석 수에 맞춰 발행해야 할 초대권을 주최측이 남발했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초대권을 얼마를 찍든 주최측이 알아서 할 일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가뜩이나 살림이 어려운 공연단체의 ‘제살 깎아먹기’가 만연해 수익성이 악화되고 문화가 더욱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되는 점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문화행사는 돈을 내고 가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서울 강남의 새 공연장 LG아트센터가 ‘공짜 표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초대권을 일절 발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문제이지만 정(情)을 중시하는 우리 풍토에서는 여러모로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다. 그래도 초지일관의 자세로 원칙을 고수해 나가는 당당한 모습을 보고 싶다.
<홍찬식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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