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자민당은 연립정권 파트너인 공명당과 신속하게 협의하면서 별 진통 없이 모리 요시로(森喜朗)자민당 간사장을 후계총리 후보로 떠올렸다. 이 과정에서 자민당 비주류의 ‘총리감’ 지도자들도 권력투쟁 차원의 파벌싸움을 자제하고 선뜻 ‘모리 총리’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국가적으로 비상한 사태를 맞아 정치인 개개인의 야심이나 파벌의 이해(利害)보다는 정국안정을 먼저 생각하는 모습이다.
일본의 경제 또한 ‘오부치 충격’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있다. 새 연립내각이 등장하더라도 경제정책에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주된 요인이지만 정부 정치권 경제계 등의 흐트러짐 없는 대처도 한몫을 하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오부치총리의 위독함이 확인된 3일 예정대로 ‘일본 경제가 이미 확실한 길로 접어들었다’는 내용의 단기경제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5일부터 시작할 예정인 북한과의 수교협상도 차질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총리는 우리나라의 대통령만큼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는 존재는 아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국정 최고책임자의 예상하지 못한 공백에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할 경우 내정(內政) 경제 외교 등에 적잖은 혼란 불안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일본은 지금 성숙되고 시스템이 잘 작동하는 나라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이웃나라의 입장에서도 마음이 놓이는 다행스러운 일이며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될 만하다.
일본의 새 내각은 반년 안에 실시될 총선 때까지의 임시내각이 되겠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국내적으로 정치안정과 경기회복 등에 좋은 성과를 거두기 바란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 및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보다 긍정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 특히 한일(韓日)간의 신뢰관계를 더욱 다지면서 대북(對北)문제에 있어서의 긴밀한 공조와 국제적 지역적 현안들에 대한 호혜적 협력을 한층 강화 발전시키는데 힘써줄 것을 요망해 마지않는다.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