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의원 병역비리 소환…합수반 "3男면제 뇌물혐의"

  • 입력 2000년 4월 7일 19시 18분


병역비리 검군 합동수사반(공동본부장 이승구·李承玖 서울지검 특수1부장, 서영득·徐泳得 국방부 검찰부장)은 7일 한나라당 김태호(金泰鎬·울산 중구)의원이 셋째 아들(32)의 병역을 부정한 방법으로 면제시킨 혐의가 드러나 수사중이라고 발표했다.

합수반은 김의원에게 6일 서울지검이나 울산지검에 출두하라고 통보했으나 김의원은 출두하지 않았다.

합수반의 병역비리 수사 착수 이후 정치인의 혐의가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합수반은 이날 김의원으로부터 돈을 받고 김의원 아들이 면제 판정을 받는 데 유리하도록 신체검사 시기를 조정해 준 혐의(뇌물수수 및 직권남용 등)로 전서울지방병무청장 신용욱(愼鏞旭·62·현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 원장)씨를 불구속기소했다.

합수반에 따르면 김의원은 96년 1월 당시 서울병무청장이던 신씨를 사무실로 찾아가 근시(近視)로 90년에 보충역(방위) 판정을 받았던 셋째 아들의 시력이 더 나빠졌다며 시력 관련 신체검사 기준이 강화되기 전에 빨리 재신검을 받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200만원을 건넸다. 신씨는 이에 따라 당시 서울병무청 소집과장 이모씨에게 김의원 아들이 신체검사를 빨리 받을 수 있게 일정을 잡고 가급적 병역면제 처분을 받을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의원의 아들은 신씨의 배려로 시력 약화로 인한 병역면제 기준이 강화되기 이틀 전인 96년 2월 9일 국군수도통합병원에서 혼자 재신검을 받았으며 재신검 결과 9.50 디옵터의 고도 근시로 판정받아 그 해 5월 병역면제 처분을 받았다고 합수반은 밝혔다.

당시 국방부령(令)은 고도 근시의 경우 9.00 디옵터 이상이면 병역면제 판정을 하도록 돼있었으나 김의원 아들이 재신검을 받은 이틀 후인 96년 2월11일부터는 면제 기준이 10.00 디옵터 이상으로 강화됐다.

합수반은 “김의원에게 6일중 서울지검이나 선거구가 있는 울산지검에 출두하라고 통보했으나 김의원은 선거 일정 등을 이유로 불응했으며 미국에 체류중인 김의원의 셋째 아들도 1일과 3일 자진 출석하겠다고 알려온 뒤 계속 귀국을 미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합수반에 따르면 김의원의 경우 셋째 아들 외에도 첫째 아들이 82년 근시를 이유로 면제 판정을 받았으며 둘째 아들은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

한편 김의원측은 “셋째 아들은 신체검사에서 시력이 고도 근시로 판정돼 적법하게 면제 판정을 받았다”며 “당시 병무청 규정에는 두 눈중 한쪽 시력이 10.00 디옵터 이하이면 면제 판정을 받도록 돼 있었다”고 해명했다.

김의원측은 또 “면제 과정에 문제가 없는데도 검찰이 총선 직전에 야당의원을 소환하려는 것은 이번 수사가 야당 탄압을 위해 정치적으로 의도된 수사임을 입증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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