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 야구읽기]퀸란의 '코리안 드림'을 지켜보자

  • 입력 2000년 4월 11일 19시 51분


국내프로야구에 관한 한 해설자는 특정 팀이나 선수를 응원해서는 안된다. 나 자신도 실제 그런 적은 없다. 그러나 금년 대전 개막전만은 좀 달랐다. 그것은 미국서 건너온 낯익은 한 선수 때문. 바로 ‘톰 퀸란’이 그 주인공이다.

퀸란은 내가 90년 토론토 블루제이스 마이너리그 순회코치를 할 때 AA팀이 있던 테네시주 나스빌에서 만났다.

탤런트 뺨치는 미남형에다가 말수가 극히 적고 학자풍의 신사. 게다가 아이스하키 소질도 보유한 유망주였다. 그러나 그후 함께 뛰었던 동료 중 사이영상 출신의 패트 헹켄, 현재 일본 요미우리에서 활약 중인 마르티네스 등에 비하면 그는 성공한 편이 못된다.

그래서일까. 난 그가 꼭 한국무대에서 성공했으면 했다. 내성적인데다 음식을 가리는 입까지 까다로워 과연 국내선수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날 경기 전 난 그에게 “한국이나 일본의 스트라이크존은 미국과 좀 다르니 빨리 적응하도록 하고 판정에 너무 민감하거나 불손한 행동은 하지 말라”고 충고해 줬다. 긴장을 풀어주려 가족에 대한 이야기 등도 나눴다.

사실 난 그가 첫 홈런을 날렸을 때만 해도 “이젠 자신감이 좀 붙겠군”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가 5게임에서 7개의 홈런으로 초반 ‘최고의 스타’로 떠오를지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아마 김재박감독과 구단 관계자들도 깜짝 놀랐으리라.

물론 아직 그의 약점이 완전히 노출되지 않은 것 등 변수가 많다. 그러나 그가 ‘국민타자’ 이승엽과 홈런경쟁을 끝까지 펼칠 수 있는지 등을 상상하면 흥미롭다.

또 85년 한신타이거스의 렌디 비스란 타자가 기적 같은 일본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일본 역대 외국인 수입선수 최고 성공사례를 이루었듯이 마이너리그 출신인 그가 한국에서 메이저 스타 출신들을 누르고 이변을 일으킬지 생각만 해도 재미있다.

허구연〈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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