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학]스테로이드 연고-안약 잘못쓰면 '毒'

  • 입력 2000년 4월 13일 20시 56분


'스테로이드 조심하세요’.

봄은 눈과 피부가 시달리는 계절. 따뜻건조한 봄바람에 온몸의 수분이 뺏겨 아토피 피부병이나 안구건조증이 악화되기 쉽다. 털갈이하는 애완동물의 털이나 꽃가루 황사 등에 의해 알레르기성 질환도 생긴다. 이때 스테로이드 연고나 안약을 마구 사용해 병을 키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스테로이드제제는 염증을 빨리 가라앉혀 한때 '마법의 항염제’로 불릴 정도였지만 잘못 쓰면 부작용이 너무나 큰 '독약’. 그러나 약국에서 손쉽게 살 수 있는 약이기도 하다.

봄에는 아이들이 흙장난을 치거나 장난감을 갖고 논 뒤 손과 발의 살갗이 벗겨지는 일이 잦다. 무좀이나 습진과 달리 따로 치료할 필요 없이 보습제나 오일을 발라주는 정도면 충분한데도 많은 부모들이 빨리 나으라고 연고를 발라주는 실정.

아이들은 봄에 아토피 피부병(태열)이 악화되거나 옻나무나 잡초에 긁혀 생기는 접촉성 피부염, 꽃가루 등에 따른 두드러기 등이 발병하기 쉽고 가렵다고 마구 긁어 진물이 나기도 한다.

이때 피부과 의사의 처방에 따라 가려움증을 줄이는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제제를 적절히 쓰면 괜찮아지지만 스테로이드연고를 1주 이상 마구 바르면 여드름이 생기거나 붉은 반점이 생기면서 살갗이 벗겨지고 진물이 날 수 있다. 또 2, 3주 이상 계속 바르면 피부가 얇아지고 실핏줄이 늘어나서 조금만 흥분하거나 당황해도 얼굴이 쉽게 붉어지기도 하며 다모증(多毛症)이 생기기도 한다.

아토피 피부병 환자의 부모는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옮겨다니며 여기저기서 스테로이드 성분의 약을 처방받거나 주사맞히곤 한다. 이때엔 △성장장애 △생리불순 및 불임 △여성의 남성화 △비만 △골다공증 및 골괴사 △면역력 저하 등 각종 장애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백내장이나 녹내장으로 시력을 잃기도 한다.

가려운 부위에 살짝 연고를 바르는 것은 큰 탈이 없지만 가려움증을 못견디겠다고 몸을 비트는 아이의 온몸에 연고를 '떡칠’하듯 바르거나 2, 3년 이상 계속 바를 경우엔 문제가 달라진다.

봄엔 흰자위가 특히 괴롭다. 결막염이 생겼거나 눈이 뻑뻑할 때 스테로이드 성분의 미용안약이 당장 염증을 가라앉히고 눈을 시원하게 하지만 이 역시 오래 쓰면 좋지 않다. 미용안약을 2주 이상 넣으면 안구의 수분인 '방수’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되고 이 때문에 안압이 올라가 시신경이 상한다. 2, 3주 때 안약을 끊으면 안압이 정상으로 돌아오지만 많은 사람이 미용안약을 쓰다 '중독’되곤 한다.

왠지 눈이 침침하다고 여겨졌을 때 곧바로 안과에서 눈안에 방수가 빠져나가는 길인 '섬유주’를 인공적으로 만들어주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시신경이 안전히 상했을 때는 장님을 면할 방법이 없다. (도움말〓연세대의대 영동세브란스병원 안과 성공제교수 02-3497-2570, 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양준모교수 02-3410-2280, 서울알레르기클리닉 노건웅박사 02-540-4905)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