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었던 16일 오후 3시경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김포대교∼신평분기점(JC) 구간. 일산신도시에 급한 볼 일이 있어 경기 판교인터체인지(IC)에서 외곽순환도로를 타고 달리던 회사원 김현석(金顯錫·30·경기 수원시)씨는 김포톨게이트를 지나자마자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김포톨게이트에서 1100원(판교를 출발해서부터 이미 2번 낸 요금까지 합치면 3300원)을 내고 빠져나가 불과 1분 가량 달렸는데 갑자기 4개 차로가 차들로 가득 차 있었던 것. 외곽순환도로는 김포대교를 건너자마자 끝나고 일산 방향으로 가는 유일한 출구인 신평JC의 자유로 방향 진출램프는 1개 차로에 불과해 극심한 ‘병목 현상’이 빚어지고 있었다.
김씨는 김포대교 남단 부근에서 한강을 건너 자유로 진입램프까지 2㎞ 남짓 가는데 1시간 가량을 허비해야 했다. 김씨는 “4개 차로가 1개로 줄어들면 병목현상이 빚어진다는 사실을 예상하지 못한 당국의 단견이 어이없다”며 “이제라도 자유로 방향 램프의 차로를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일수씨(29)는 “김포톨게이트 앞 구간인 계양IC(인천 계양구 관내) 이후부터 김포톨게이트까지의 5.3㎞ 구간에는 진출로가 하나도 없어 어쩔 수 없이 신평JC나 김포톨게이트를 통과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도로공사의 통행료 수입은 줄겠지만 계양IC와 김포톨게이트 사이에도 진출로를 만들어 김포대교로 몰리는 통행량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외곽순환고속도로 장수IC 부근의 교통상황도 심각하다. 16일 오후 5시경 시흥톨게이트에서 통행료를 내고 시흥IC를 지나자 장수IC를 통해 경기 부천시 중동대로로 빠져나가려는 차량 수천대가 1, 2차로를 가득 채운 상태로 2㎞ 가량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이 곳 역시 장수IC의 진출 램프가 1차로여서 병목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체증을 피해 시간을 버는 대가’로 통행료를 내야 하는 유료도로인데도 오히려 체증이 더 심해 운전자들의 불만을 사는 도로는 이 도로뿐만이 아니다.
혼잡 통행료를 받는 서울 남산 1, 3호 터널의 경우 체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잦지만 터널에 진입하기 전까지는 소통상태를 알 길이 없다. 때문에 2000원의 통행료를 감수하면서 시간을 절약하려고 남산터널로 들어갔지만 정체가 심해 시간과 돈을 동시에 낭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남산 1, 3호 터널의 하루 평균 통행량은 8만7886대로 혼잡 통행료를 받기 전의 통행량(9만404대)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 강모씨(35)는 “체증이 심할 경우 차량이 우회할 수 있도록 터널 진입로에 터널 내 교통상황을 알려주는 전광판을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 불만이 많아 올해 말까지 터널 내 차량의 속도와 지체도 등을 알려주는 전광판을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또 유료도로인 경인고속도로 역시 만성체증에 시달리고 있다. 인천에서 이 도로에 진입하는 부평IC에서 종점인 서울 신월IC까지는 9㎞가 조금 넘지만 출퇴근 시간대에 이곳을 지나려면 1시간이 넘게 걸린다.
이와 관련, 인천 서구 및 계양구의회 등이 중심이 된 ‘경인고속도로 통행료 거부 인천시민 공동연대’는 지난해 말 “고속도로의 기능을 상실한 경인고속도로에서 통행료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며 통행료 징수 철폐를 주장하고 있다.
<이기홍·이명건기자> sechepa@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