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출근을 앞두고 거울 앞에서 하는 고민들. 그러나 알맞은 지침서를 찾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전문용어와 ‘쭉쭉빵빵’ 모델들 일색의 패션전문지에서 소박한 사람들의 옷차림은 더더욱 소외당하기 마련.
패션문외한을 자처하는 이은정씨(27·홍익인터넷 근무)가 ‘은정이와 함께하는 컬러코디네이션’(myhome.netsgo.com/rulruru)을 만든 것도 이런 고민때문이었다.
그가 웹사이트 제작공급사인 지금의 직장에 발을 디디기 전 컴퓨터학원에서 1년간 웹디자인 과정을 마친 뒤 만든 처녀작. 파란색 재킷에 초록빛 스커트를 걸치면 지루하고 우울한 느낌을 주지만 흰색 티셔츠를 속에 받쳐 입으면 분위기가 훨씬 산뜻 발랄해지고, 우아하고 중후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싶다면 포도주빛 의상을 즐겨입으라는 식의 컨텐츠를 담고 있다.
“인터넷의 존재이유인 ‘정보의 공유’라는 점을 제일 중시했죠. 비전문가의 시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일반인들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가 분석한 대표적인 성공요인 두가지다.
‘은정이와…’는 방대한 자료 수집과 재구성의 묘를 살려 성공한 케이스. 이씨는 평소 단색 남방과 니트만을 입을 정도로 패션에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보자고 마음 먹고 관련서적 100여권을 빌려 탐독했다.
잡지에서는 사진자료만을 인용하고 전공서적에서 기초적인 코디이론을 발췌해 ‘창조적 짜깁기’를 한 셈. 국어사전과 외래어 사전을 옆에 두고 어려운 말도 빠짐없이 쉬운 한국어로 고쳤다.
“덕분에 홈페이지 방명록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저를 패션전문가로 오해하는 분들이 많아요. ‘최고대우를 해줄테니 우리회사로 와라’ ‘평생 한국에만 있을거냐 이탈리아로 건너오면 유학자리를 봐주겠다’고 하니, 고맙지 뭐예요.”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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