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Metropolitan Diary]

  • 입력 2000년 4월 18일 19시 28분


▼승객들 소망도 헛되이…

나는 뉴욕이 세계에서 가장 유머감각이 뛰어난 도시라고 확신한다. 최근 23번가 지하철역에서 벌어진 일이다. 전동차의 한쪽 문이 닫히지 않자 기관사가 다른 문을 계속 열었다 닫았다 했다. 이때 지하철 구내에서 누군가 확성기로 기관사에게 말했다. “If you can not overcome(난관을 극복 못하겠으면), 승객들을 내려드리고 떠나세요” 그러자 차에서 내려 다음 차를 기다리는 것을 번거럽게 여긴 한 승객이 소리높이 외쳤다. “We shall overcome(우리 승리하리라!)” 그러자 다른 승객들도 일제히 노래곡에 맞춰 ‘We shall overcome’을 따라불렀다. 지하철역은 평화시위를 하는 광장 같았다. 그래도 결국 승객들은 모두 내려 다른 차를 타야 했지만.

▼"착한 아기 잘자라"

시내에 퍼레이드가 진행 중이어서 버스가 한시간째 제자리 걸음을 했다. 한살배기 여자아이가 엄마 품에 안겨 잠을 자다 깨어나 울기 시작했다. 엄마는 아이를 달래다 뜻대로 안되자 승객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운전기사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반짝 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빛나네…’ 아이가 마술에 걸린 듯 울음을 뚝 그쳤다. 짜증이 나있던 승객들이 환히 웃으며 박수를 쳤다. 그러나 그때 뿐이었다. 노래가 끝나자 아이는 다시 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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