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두산의 왼손 투수 마이크 파머(32)가 뒤늦게 이들과의 경쟁에 뛰어들었다. 18일 광주 해태전에 선발로 등판한 파머는 6이닝 동안 삼진 10개를 잡아내고, 안타 1개만 내주는 호투로 3경기만에 한국 무대에서 첫 승을 올린 것. 최고 구속 145㎞의 직구와 낮게 컨트롤되는 체인지업을 섞어 해태 타자들을 농락한 파머의 투구 내용은 12일 잠실 LG전에서 선발 등판했다가 5이닝동안 3점을 주고 물러났던 데뷔전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파머 자신은 첫 승을 올린 뒤에도 어딘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첫 경기에서 “한국 프로야구의 공인구는 너무 미끄러워 변화구를 제대로 던질 수 없었다”고 투덜댔던 파머는 이날도 “공이 손에 잘 안 잡히기는 마찬가지”라며 “로진 백도 별 도움이 안되는 것 같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파머의 불만에는 이유가 있다. 92년 마이너리그에 첫 발을 디뎠고, 96년에는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에도 잠시 머무른 경력이 있는 만큼 파머는 나름대로 프로에서 잔뼈가 굵은 관록파. 그런 파머가 가장 자신있게 내세우는 주무기가 바로 낙차 큰 커브볼인데, 아직 ‘공 탓에’ 제대로 된 커브를 선보일 기회가 없었다는 것. 달리 해석하면 새 공에 적응만 된다면 더 나은 투구를 보여줄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과연 파머가 이런 자신감처럼 ‘코리안 드림’을 실현할 수 있을까.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일단 첫 단추는 끼운 셈이다.
<주성원기자>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