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로 백두산에서 열리는 ‘통일 대국’이 이제 현실로 다가올 수 있게 됐다. 한국기원은 최근 몇년간 북한 바둑계의 대외 창구 역할을 담당한 재일조선인바둑협회에 꾸준한 남북 바둑교류를 제안해 왔다. 2월에도 이 단체를 통해 LG배 세계기왕전과 삼성화재배 등 한국이 주최하는 세계기전에 북한측 대표를 초청했다.
한국기원 정동식사무총장(프로 5단)은 “6월 일본에서 열리는 22회 세계아마바둑선수권대회에서 재일조선인바둑협회와 북한측 대표단에 다시 남북 교류를 제안할 계획”이라면서 “남북 대화의 큰 물줄기가 잡혀 있는 만큼 어떤 형태로든 성사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고 기대를 표시했다.
그러면 북한 바둑의 수준과 현황은 어떨까. 북한은 ‘바둑은 비생산적’이라는 입장을 취해 왔으나 89년 국가체육위원회 산하에 바둑협회를 만들면서 바둑 보급에 본격적으로 힘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현재 북한의 바둑인구는 1만여명 수준으로 추산되며 91년에는 국제바둑연맹에도 가입했다. 93년에는 바둑 유망주를 ‘중국’으로 유학보내기도 했다.
북한의 경우 같은 사회주의권이라고 해도 중국과 달리 프로 기사 제도가 없는 데다 국제대회 출전이 드물다. 이같은 사정으로 매년 일본에서 개최되는 세계 아마바둑선수권대회가 북한 바둑의 기력을 측정할 수 있는 유일한 ‘잣대’.
북한 이봉일 아마7단은 한국 유재성초단(당시 아마 7단)이 우승을 차지한 지난해 제21회 대회에서 6승2패로 3위에 올랐다.
문영삼 7단도 국내 팬들에게 잘 알려진 북한 바둑의 강자.
그는 18세이던 97년 세계아마대회 2연패에 성공한 류쥔(劉鈞) 7단에게 유일한 패배를 안기며 3위에 올랐다. 류 7단이 프로와 아마가 모두 출전하는 97년 중국 신인왕전에서 마샤오춘, 창하오 9단을 꺾으면서 우승을 차지한 ‘프로 수준’의 고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회 최고의 파란이었다. 96년 같은 대회에서 한국 이용만 아마6단과 남성기사 최초의 남북 대결을 벌인 최명선 아마7단도 강자로 꼽히고 있다.
여성 기사로는 최은아 아마6단(16)이 고수로 알려져 있다. 그는 8세이던 92년 일본에서 한국 윤영선 2단(당시 아마5단)과 바둑 사상 최초로 남북대결을 벌였었다.
97년 세계아마바둑대회를 취재했던 월간 바둑의 정용진편집장은 “북한은 열 살 전후의 바둑 유망주를 중국에 유학보내는 등 바둑에 적지 않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면서 “이봉일 문영삼 등 북한 바둑 고수들의 기력은 현재 한국기원 연구생 수준이지만 체계적인 바둑수업을 쌓는다면 프로 입단도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고 밝혔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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