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나라 기강 바로 잡아야

  • 입력 2000년 4월 19일 19시 14분


‘무슨 나라가 이러냐’는 소리가 나올 판이다. 총선을 치르면서 불거진 각종 이익단체들의 집단이기주의 및 직역이기주의적 행태가 국법질서는 물론 민생과 직결된 기초질서마저 흐트러뜨리고 있는 것이 요즘 우리 사회의 실정이다.

사실상 의약분업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집단휴진사태가 가까스로 진정되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직장과 지역의료보험노조의 힘겨루기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노노(勞勞)갈등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노총 산하의 직장의보노조는 7월1일로 잡혀있는 지역의보조합과의 조직통합에 반대한다며 전면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에 민주노총 산하의 지역의보노조는 맞파업으로 맞서기로 했다가 정부여당이 절충에 나서자 일단 파업은 유보했다.

직장과 지역의보조합의 통합은 이미 사회적 합의가 끝난 사항이다. 관련법도 국회를 통과했다. 그렇다면 이에 반대하는 직장의보노조의 주장은 일단 ‘명분없는 억지’일 수 있다. 덩치가 큰 지역의보조합에 ‘흡수통일’되는데 따라 ‘밥그릇’을 빼앗기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작용한 것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노조원이 다수인 지역의보측이 수적으로 열세인 직장의보측을 쥐고 흔들려고 하는 현실적인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앞서 통합된 지역의보노조원과 공무원교직원의보 노조원간에 수가 많은 지역노조원측이 소수인 공교노조원을 조직적으로 따돌리는 이른바 ‘왕따현상’이 있었다고 한다. 아직 미성숙한 한국사회를 보여주는 부끄러운 단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공공에 해를 주든 말든 파업을 불사하는 태도다. 어느 집단이나 직역이든 자기 이익을 주장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법의 테두리에서만 가능하고 상대와의 타협과 절충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이같은 ‘기본’이 무너진 채 불법과 탈법의 집단행동이 무질서로 치닫고 있다. 더구나 대우 및 쌍용차 해외매각, 농축협 통합을 비롯해 봉합된 의약갈등 문제 등 숱한 난제들이 도사리고 있는데도 정부는 여전히 뒤따라가기식 대응에 급급하고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엊그제 국무회의에서 해이해진 정부 기강에 대해 질책하고 “집단이기주의는 결단코 용납돼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정부여당은 더 이상 무른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 불법 탈법적인 집단이기나 직역이기주의적인 집단행동에는 단호하고 엄정히 대처해야 한다. 나라의 기강을 바로잡아 질서를 세우고 민생을 안정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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