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동해 자동차여행▼
국도42호선. 인천에서 경기 시흥 안산 수원 신갈 용인 이천 여주, 강원 원주 평창 정선 임계를 거쳐 동해시까지 한반도의 주요 도시를 동서로 연결하는 횡단도로. 총 길이가 무려 351㎞나 되는 한반도의 동서를 가르는 중추도로로 수도권 주민에게는 비교적 친숙한 편이다. 영동고속도로와 나란히 달려(신갈∼새말 구간) 고속도로 정체때마다 우회로로 애용되는 탓이다.
복잡한 경기도를 빠져나와 춘색 도도한 강원도 산간으로 가보자. 원주를 거쳐 새말을 지나치면 ‘찐빵마을’ 안흥리(횡성군 안흥면)다. 면사무소앞 번화가에 가니 ‘찐빵’이라고 쓴 간판이 열 개도 넘었다. 원조인 ‘안흥찐빵’집은 면사무소 건너에 있었다. 주말이면 기억속의 찐빵맛을 찾아 몰려 오는 관광객으로 붐빈다.
평창으로 향한 길가 풍경은 우리가 그리던 시골 그대로다. 산비탈에서는 소를 끌며 쟁기질하는 농부 모습도 보인다. 경동지괴(傾動地塊)의 한반도지형이 피부로 느껴진다. 높고 낮은 재(고개)가 수도 없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재’란 ‘봉우리’의 반대개념. 정확하게 표현하면 산능선(봉우리와 봉우리를 잇는 선)중 가장 낮은 곳이다.
안흥을 떠난 뒤 넘는 첫 고개는 문재(해발 830m·이하 해발고도). 백덕산 능선으로 해발 800m 높이에 터널이 뚫려 넘기가 수월하다. ‘재넘어 재’라 했다. 이번에는 여우재(640m)다. 방림검문소(평창군 방림면)를 지나 평창읍으로 가는 길은 맷재(470m)를 넘는다. 이 고개만 넘으면 모처럼 산이 물러 앉고 잔잔한 강이 흐르는 평지가 펼쳐진다. 평창읍이다.
‘해피 700’. 평창땅 산기슭에 세워진 입간판의 문구다. 평균 해발고도가 700m에 가까운 평창땅에서 건강과 행복을 찾자는 것이다. 오스트리아 알프스지방인 티롤주의 산악도시 인스브루크(해발 580m)가 ‘인간이 건강을 가장 잘 유지하며 살 수 있는 가장 적당한 고도의 도시’로 알려진 것과 같은 맥락이다.
평지도 잠시, 10㎞를 달려 미탄면(평창군)에 다다르니 산세가 다시 험해진다. 멧둔재(660m)를 힘겹게 넘으니 이번에는 그 이름도 거창한 비행기재다. 평창과 정선, 두 군의 경계가 되는 능선에 있다. ‘오지 정선’과 ‘바깥 세상’을 이어주는 몇 안되는 고개중 하나. 지금은 터널(해발 818.3m)로 쉽게 오르내리지만 예전에는 폭 좁은 비포장 꼬부랑길로 겨우 넘나들었던 험한 재였다.
여기서 정선읍까지는 12㎞, 동해시까지는 86㎞. 비행기재터널을 빠져 나오자 정선땅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보인다. 재 아래 계곡을 굽이치는 푸른 물결. 조양강이다. 그 위를 광하교가 가로지른다. 이 강은 하류의 가수리(정선읍)에서 동남천과 만나 큰 강을 이루는 데 이것이 말 많고 탈 많았던 바로 그 동강이다.
국도 42호선은 정선읍을 지나치면서 조양강을 오른편에 두고 정선선(증산↔구절역) 철도와 한동안 나란히 달린다. 두칸밖에 없어 ‘꼬마열차’라 불리는 정선선 비둘기호. 휴일이면 찾아오는 답사단체여행객의 인기를 독차지한다. 그러나 정선선 폐선방침으로 머지 않아 사라질 운명이다. 정선 나전 여량역…. 국도를 달리는 차창 밖으로 지나치는 정선선 시골역사는 정겹기만 하다. 42호선은 여량역 부근에서 정선아라리의 슬픈 전설이 서린 아우라지(송천과 임계천의 합류지점)를 뒤로 하고 큰너그니재(720m)를 넘는다. 정선군의 임계땅이다.
송계는 국도 42호선과 35호선이 교차하는 곳. 정선(서) 태백(남) 강릉(북) 동해(동) 네방향으로 갈린다. 여기서 동진해 14㎞를 더 달리면 백복령쉼터. 여기서 오른편으로 난 도로로 접어들면 된장스님(돈연)과 메주첼리스트(도완녀씨)가 된장 고추장 쑤고 간장 달이며 사는 가목리 된장마을에 이른다. 도씨가 ‘감옥리’라 불렀던 이 오지에 가면 ‘감옥’같은 계곡도 있다.
백복령(780m)은 국도 42호선상의 분수령(分水嶺). 분수령이란 하늘에서 떨어진 빗방울이 동서로 ‘쪼개져’ 흐르는 능선을 지나는 고개. 백복령 고갯길이 가로 지르는 그 능선은 좌병산(북)에서 수병산(남)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다. 도로는 대관령(해발 832m) 못지 않은 구절양장(九折羊腸). 평소 같으면 감탄사도 나오련만 고개마루를 넘어 내리막으로 들어서면서부터는 최근 산불로 폐허가 되다시피한 대간 동편의 산과 마을이 생각나 오히려 가슴이 아프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석회암 채굴로 인해 뭉개진 정상 아래로 흉측하게 속살을 드러낸 백두대간의 좌병산 모습에 부끄러움도 느낀다.
백복령을 내려서면 국도 42호선은 동해시 북평동을 남북으로 지나는 국도7호선(부산↔강원 고성·531.6㎞)과 만나는 부분에서 그 소임을 다한다.
<평창·정선(강원)〓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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