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고서 ‘사무라이의 길’을 읽으며 자신을 사무라이라고 생각하는 흑인 고스트 독(포레스트 휘테이커 분)은 8년 전에 죽을 뻔한 자신을 구해준 마피아 조직원 루이(존 토메이)를 주군으로 받들어 모시지만 그는 ‘주군’이 되기에 함량미달인 ‘날건달’일 뿐이다. 그러나 의식과 행동이 모두 중세에 머물러 있는 고스트 독은 루이의 지시를 충실히 받들어 킬러의 임무를 수행하다 마피아의 표적이 된다.
사무라이라고 하기엔 비대한 몸집에 너무 진지한 고스트 독의 행동을 보며 웃다가도, 그의 물기에 젖은 눈빛이 클로즈업되면 웃음이 싹 가신다. 저 깊은 슬픔은 어디서 오는걸까? 때로 모호하고 지루하지만 ‘고스트 독’은 늘 “죽음을 명상”하고 “인간의 삶은 순간의 연속이라는 걸 이해하면 인생에 추구할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 한 아웃사이더의 고독과 허무가 짙게 묻어나는 쓸쓸한 영화다. 열혈 영화팬이라면 ‘라쇼몽’과 ‘하이눈’ 등 영화 곳곳에 은밀하게 인용된 장치들을 발견하는 재미를 얻을 수 있다. 18세 이상 관람가. 22일 개봉.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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