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새영화]'도브'/가난한 연인의 검은 유혹

  • 입력 2000년 4월 20일 19시 56분


가난한 연인. 그리고 이들의 사랑을 완성할 돈.

‘도브(The Wings Of The Dove)’는 영화 ‘은밀한 유혹’에서 부부에게 하룻밤의 대가로 100만 달러를 제안한 로버트 레드포드의 그 손길처럼,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을 담고 있다.

이모에게 얹혀 살면서 부자와 결혼해야 한다는 속박 속에 살아가는 케이트(헬레나 본햄 카터 분)는 가난한 신문기자 머튼(라이너스 로치)을 사랑한다. 하지만 이모의 반대에 부딪히자 머튼을 시한부생명인 갑부의 상속녀 밀리(엘리슨 엘리엇)에게 접근시킨다.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밀리가 죽은 뒤 두 연인이 작고 어두운 머튼의 방에서 사랑을 나누는 마지막 5분. “아직도 밀리를 사랑하지. 살면서는 계속 그렇겠지”라며 젖은 목소리로 머튼에게 매달리는 케이트, 그의 나신이 만들어내는 곡선이 슬프다. 등을 돌린 채 눈물에 젖은, 클로즈업된 머튼의 얼굴도 인상적이다.

영화는 머튼을 밀리와 연결시켜준 뒤 질투와 때때로 밀리에 대한 연민에 휩싸이는 케이트에 대한 심리묘사가 뛰어나다. ‘올란도’ ‘벨벳 골드마인’ ‘세익스피어 인 러브’ 등을 담당한 샌디 파엘이 연출한 19세기 초반의 의상도 볼거리. 98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촬영상 의상상 각색상 후보작이었다. 감독은 전설적인 그룹 ‘비틀스’의 초창기 시절을 담은 ‘백 비트’의 이안 소프틀리. 18세 이상 관람가. 22일 개봉.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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