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Education]하버드대 性차별 공방

  • 입력 2000년 4월 20일 19시 59분


하버드대가 래드클리프 여대의 여학생들을 완전히 받아들이기 시작한지 거의 30년이 되었지만, 하버드 대학의 캠퍼스에는 여전히 남자가 주인이고 여자는 항상 손님인 곳들이 존재한다.

파이널 클럽(Final Club) 이라고 알려진 이 남성들만의 단체 8개는 1984년에 여자들을 받아들이는 대신 아예 하버드대와 인연을 끊어버렸지만 여전히 캠퍼스 중심부에 있는 자신들의 건물에 입주해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남녀를 막론하고 이들 클럽의 존재 자체가 남성우월주의를 조장하고 있다고 말한다.

가장 오랜 역사와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포슬리언 (Porcellian) 클럽의 회원인 폴 니체는 “클럽을 통한 연줄맺기가 회원들에게 여성들이 누리지 못하는 기회를 제공해준다”면서 “이들 클럽이 어느 정도 성차별적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봄에 하버드대 여학생 19명은 파이널 클럽에 대항해서 여성들만의 클럽을 만들기로 했다. 파이널 클럽에 비공식적인 입회신청을 했다가 거절당한 후 여성들만의 클럽인 세네카(Seneca)를 만들었던 것이다. 세네카라는 이름은 1848년에 뉴욕주 세네카 폴스에서 열렸던 최초의 여권신장 회의에서 따온 것이다.

이 클럽의 서기인 제이미 뷰엘은 “만약 캠퍼스에 여성들만의 클럽을 위한 건물이 있어서 남학생이 그곳에서 술을 한 잔 마시기 위해 반드시 여학생에게 부탁해야 한다면, 그 건물의 존재만으로도 많은 것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하버드 캠퍼스에 그런 건물은 없다.

그러나 이처럼 남녀가 각각 따로 따로 모이는 것에 대해 모든 여성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세네카의 창립멤버였으나 지난해 가을에 이 클럽을 떠난 커스틴 버틀러는 “나는 여자들의 클럽이 기존의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는 데 공범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여자들이 남성들의 장벽을 뚫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있다고 믿는 한 변화가 일어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파이널 클럽에 여자가 받아들여지기는 여전히 어려울 것 같다. 파이널 클럽들은 여성을 회원으로 받아들일 것인지를 놓고 계속 토론을 벌이고 있지만, 3년에 걸쳐 2번의 투표를 해서 2번 모두 회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고, 이어 졸업생들의 동의를 얻은 다음 과거와 현재의 회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투표를 다시 한 번 실시해야만 클럽의 방침을 바꿀 수 있다는 규칙이 변화를 막고 있다.

(http://www.nytimes.com/library/national/040900edlife-blckbrd-edu.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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