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예금보험료율 개혁 유보, 신용금고 與信한도 확대

  • 입력 2000년 4월 20일 19시 59분


정부는 금융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예금보험 제도의 골격을 대폭 수정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재정경제부는 20일 내년 초로 예정된 예금보험료율 차등화 조치의 시행시기를 늦출 방침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헌재(李憲宰)재경부장관은 또 일부 고객들이 동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호신용금고에 대한 규제를 풀어 은행과 유사한 기능을 부여하겠다고 말했다.

▽예금보험료율 차등화 유보〓재경부 관계자는 “금융기관들의 재무구조가 허약한 상황에서 이 제도를 실시하면 혼란이 심화돼 시장시스템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면서 “따라서 도입시기를 금융기관 재편이 마무리된 뒤로 늦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년초 1인당 2000만원까지만 예금을 보장하는 제도가 시행되면 자금이 우량은행으로 몰려 저절로 금융권이 재편되기 때문에 굳이 폭발력 강한 제도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것. 이에 따라 예금보험료율 차등화 시행시기는 적어도 1년 이상 늦춰지고 금융기관별 보험료율 차등폭도 당초 계획보다 크게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재경부 고위관계자는 “정부의 최대 관심사는 시장의 충격을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라며 “부실 금융기관의 예금이 씨티 제일 등 외국계 금융기관들로 대거 이동하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형 금융기관도 살리기로〓공매도 파문을 일으킨 우풍상호신용금고의 영업 정지로 불안해하던 상호신용금고 업계는 이날 정부로부터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이헌재장관은 경기지역 기업인을 상대로 한 강연회에서 “상호신용금고를 활성화하기 위해 여신한도를 늘리고 지점설립 요건을 완화해 은행과 유사한 기능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또 상호신용금고를 자회사로 거느리는 지주회사 허용 방침을 밝혀 합병과 제휴를 통한 대형화의 길을 터줬다.

정택환 재경부 보험제도과장은 “상호신용금고는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제도적 뒷받침만 해주면 은행 증권 보험의 틈새에서 서민과 소기업을 상대로 충분히 독자적 영역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소규모 기업의 경우 현재 자기자본의 10%이내 40억원으로 묶여 있는 동일인 여신한도를 80억원까지로, 개인 여신한도를 1억원에서 3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금융계는 정부가 마련중인 보완책의 불가피한 측면을 인정하면서도 제도의 근본취지를 훼손해 개혁의 후퇴로 이어질 경우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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